징크스도 잠재우는 최강 삼성의 위력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5.04.22 10: 00

선두 삼성의 독주가 무섭다. 지난해까지 슬로 스타터의 이미지가 강했던 삼성은 초반부터 고공 행진 중이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 공백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이 못지 않은 잇몸'이 있기에. 그렇다 보니 올 시즌에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최강 삼성'이라는 표현이 딱이다. 삼성의 거침없는 질주는 징크스까지 잠재웠다.
스포츠에는 '2년차 징크스'라는 게 있다. 신인으로 뛰어난 활약을 한 선수가 다음 시즌 부진한 경우를 일컫는다. 박해민에게 '2년차 징크스'는 그저 남의 일에 불과하다. 신고선수 출신 박해민은 지난해 타율 2할9푼7리(310타수 92안타) 1홈런 31타점 65득점 36도루를 거두며 삼성의 히트상품이 됐다. 지난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단계 더 발전된 모습이다. 박해민은 21일까지 타율 3할2푼3리(65타수 21안타) 5타점 10득점 11도루로 쾌조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박해민은 "2년차 징크스라는 게 심리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한 해 잘 하면 견제가 들어오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해 성적에 만족하고 발전을 꾀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부진할 수 밖에 없다. 심리적으로 흔들리지 않고 더 나은 성적을 위해 노력한다면 2년차 징크스에 대한 걱정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보다 입지가 더욱 탄탄해졌지만 신인 시절의 마음가짐을 잃지 않았다. 가장 먼저 그라운드에 나와 뛰고 또 뛴다. 땀의 진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야구계에는 '투수 FA는 믿지 말라'는 격언이 있다. 투수는 쓰면 쓸수록 닳는 분필과 같아 언젠가 하향세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FA 자격을 얻기까지 투수는 상당한 무리를 했고 그 후유증이 FA 계약 이후 찾아온다. 그래서 FA 투수와 계약은 위험 부담이 크다. 투수 FA 가운데 성공 사례는 송진우와 장원삼을 제외하면 극히 드물다. 진필중, 박명환, 손민한 등 실패 사례가 훨씬 더 많았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FA 잭팟을 터뜨린 윤성환과 안지만은 올 시즌 맹활약을 펼치며 'FA 투수 부진 징크스' 타파에 앞장서고 있다. 4년간 총액 80억 원에 삼성 잔류를 선택한 윤성환은 어깨가 무거웠다.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내 입장에서는 좋은 대우를 받아 기쁘고 그만큼 책임감이 막중한데 일각에서 '너무 과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때면 진짜 잘 해야 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부담 아닌 부담이긴 하지만 내가 해야 할 부분에서 최선을 다하고 올 시즌 성적으로 보여주면 된다"고 이를 악물었다.
윤성환은 올 시즌 4차례 마운드에 올라 3승 1패를 거뒀다. 평균 자책점은 1.44. 이젠 그가 등판할때마다 이길 것 같은 믿음이 생긴다. 라면과 청량 음료도 먹지 않을 만큼 철저한 자기 관리 덕분이다.
안지만도 마찬가지. 리그 최고의 셋업맨으로 꼽히는 안지만은 4년간 총액 65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직후 "이제부터 시작이다. 내게 애정을 보여주신 구단과 팬들을 위해 야구장에서 실력으로 보여주고 싶다. 몸값 한다는 이야기를 듣겠다"고 말한 안지만은 실력으로 모든 걸 증명하고 있다.
그는 21일 현재 7홀드를 거두며 이 부문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위기 상황마다 출격해 승리의 디딤돌 역할을 한다. 평소에는 장난기 가득한 모습이지만 마운드에 오르면 180도 달라진다. 접전 상황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카드다. 역대 개인 통산 최다 홀드 기록을 뛰어 넘은 안지만은 올 시즌 역대 최초 150홀드 달성도 가능하다.
삼성 하면 떠오르는 게 있다. 다름 아닌 슬로 스타터. 이르면 5월, 늦으면 여름부터 상승 곡선을 타기 시작했다. 올 시즌에는 다르다. 삼성은 '봄성 징크스'를 잠재웠다. 류중일 감독은 "우리 1등 너무 빠른 거 아닌가. 갑자기 1등한다"고 폭소를 터뜨렸다. 자만은 없다. 류중일 감독은 "슬로 스타터라고 표현하지만 마짐가에 결과가 좋으니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일 뿐"이라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야구는 멘탈 스포츠. 그만큼 징크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하지만 삼성은 통합 4연패를 달성할 만큼 뛰어난 실력과 자신감 그리고 현재의 모습에 안주하지 않는 목표 의식까지 모두 갖췄기에 징크스를 잠재우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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