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잔인한 4월, 심상찮은 조짐 2가지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04.23 05: 56

텍사스 레인저스 추신수(33)에게 지금 필요한 건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한 방이다. 현재 추신수의 타율은 1할3푼5리, 37타수에 5안타만을 기록 중이다.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지만,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들 사이에 놓는다면 리그 타율은 뒤에서 7등이다.
현재 시점의 타율이 모든 걸 말해주는 건 결코 아니다. 텍사스는 이제 고작 14경기만을 했을 뿐이고, 추신수에게는 90%의 시즌이 남아 있다. 4월이 잔인한 달이지만, 몰아치기에 능한 추신수의 방망이가 원활하게 돌아가기 시작하면 타율을 올리는 건 오래 걸리지 않는다. 게다가 지금 텍사스 타선에서는 추신수만 문제가 아닌데, 아드리안 벨트레(.158), 러그너드 오도어(.128), 엘비스 앤드루스(.183) 등 3명이 1할대 타율에서 허덕이고 있다.
사실 추신수에게서 걱정되는 건 따로 있다. 우선은 패스트볼 대처 능력이다. 추신수는 2013년 신시내티 레즈 공격첨병으로 활약하던 당시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가장 패스트볼에 강한 선수였다. 메이저리그 기록 사이트 '팬그래프'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추신수의 wFA/C(포심 패스트볼 100개를 상대했을 때 득점기여)은 2.82점으로 1위였다. 이 뿐만 아니라 wFT/C(투심 패스트볼)은 2.26점, wFC/C(컷 패스트볼) 1.16점, wSI/C(싱킹 패스트볼) 4.31점으로 패스트볼 계통은 모두 확실히 공략했다.

작년 부상으로 인한 부진 속에서도 추신수는 패스트볼 계열 득점기여는 양수였다. 2013년 만큼은 아니더라도 빠른 공에 충분히 대처를 했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올해는 조금 다르다. 현재 추신수의 wFA/C는 -4.16점이다. 포심 패스트볼 100개를 상대하면 오히려 팀 득점에 4.16점 손해를 끼친다는 의미다. 물론 아직 경기수가 적지만 분명히 패스트볼 공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사실이다.
다음 문제는 선구안이다. 추신수는 삼진도 많지만 볼넷도 많은 선수였다. 특히 2013년에는 처음으로 볼넷 100개를 넘겼는데, 삼진 133개를 당하는 동안 볼넷 112개를 얻었다. '출루머신'이라는 별명과 함께 추신수는 FA 잭팟을 터트릴 수 있었다.
그렇지만 작년 추신수는 2013년에 비해 삼진은 크게 차이가 없어도(131개), 볼넷은 절반(58개)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부상으로 일찍 시즌을 마감한 걸 감안하면 그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선구안의 척도로 자주 쓰이는 BB/K(볼넷/삼진)은 2013년 0.84에서 작년 0.44로 떨어졌다. 게다가 올해는 삼진 11개를 당하는 동안 볼넷 2개만을 얻었다. 삼진율은 26.8%로 2006년(27.9%) 이후 최고이며 볼넷률은 불과 4.9%이다.
추신수의 선구안이 흔들리고 있는 건 기록에서 나타난다. 2013년 볼에 대한 스윙률은 22.1%였는데 2014년 22.6%, 2015년 25.7%로 늘어나고 있다. 또한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온 공에 대한 컨택률은 2013년 87.7%로 정점을 찍었고 2014년에는 84.9%로 떨어지더니 올해는 75%까지 내려갔다. 여기에 헛스윙율도 2013년 7.8%, 2014년 9.1%, 2015년 11.8%로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는 공에는 손이 나가고,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온 공을 컨택하는 비율은 줄어들고 있다.
패스트볼에 약점을 보이는 건 부상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지독하게 연습하는 추신수의 배트 스피드가 벌써부터 무뎌지기에는 이르다. 작년 팔꿈치와 발목 부상, 올해 등 통증은 추신수의 타격 밸런스를 미묘하게 흔들어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선구안 문제는 작년부터 계속되어 온 스트라이크 존 재설정 문제와 맞물려 있다. 올해에도 추신수는 높은 존을 통과하는 스트라이크 판정에 민감한 모습이다.
이 모든 논란은 추신수가 실력으로 잠재우는 수밖에 없다. 2012년에도 추신수는 4월 타율 2할3푼7리에 무홈런으로 부진을 겪었지만 6월 이후 페이스를 끌어 올리며 시즌 성적을 타율 2할8푼3리 16홈런 67타점으로 마무리지은 기억이 있다. 지금 추신수에게 필요한 건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한 작은 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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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닉스(애리조나)=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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