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별한 사제의 정을 나누고 있는 양자지만 그라운드에서는 이제 적으로 만난다. 김광현(27, SK)이 김성근 감독 앞에서 적의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다.
김용희 SK 감독은 23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25일 선발로 김광현을 내겠다. 24일 낼 생각도 했는데 좀 더 시간을 주기로 했다"라고 발표했다. 지난 18일 인천 LG전에 선발로 나서 6이닝 4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김광현은 충분한 휴식을 갖고 선발 등판을 갖는 것이다. 로테이션상 한화와의 맞대결은 이미 예고된 부분이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한화 감독으로 부임한 김성근 감독과는 상대로 싸우게 된다.
김광현은 2007년 SK 유니폼을 입고 1군에 데뷔, 올 시즌까지 총 86승을 거두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에이스로 성장했다. 그 과정에 김성근 감독이 있었다. 역시 2007년 SK 감독으로 부임한 김 감독은 김광현을 SK의 에이스로 키워내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하며 희노애락을 함께 했다. 김광현은 김성근 감독의 조련 속에 2008년 16승, 2009년 12승, 2010년 17승을 거두는 등 화려한 시기를 보냈다.

그러나 김광현은 2011년 좋지 못한 시즌을 보냈고 김성근 감독이 8월 경질되며 더 이상의 인연을 이어가지는 못했다. 김성근 감독 체제에서 김광현의 마지막 등판은 2011년 6월 23일 광주 KIA전이다. 당시 경기는 김광현이 147구 완투패를 기록한 경기로 지금까지도 팬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벌투 논란이 거셌던 가운데 김광현은 그 경기 후 2군으로 내려가 어깨 상태를 점검했다.
그 외에 조동화 박재상 박정권 나주환과 같은 야수들, 그리고 정우람 윤길현 등 불펜 투수들도 김성근 감독과 SK 왕조를 함께 했던 선수들로 그라운드에서 옛 감독과 재회하게 됐다. SK는 24일 선발로 부상을 당한 트래비스 밴와트를 대신해 채병룡을 낼 가능성이 큰데 채병룡 또한 김성근 감독의 핵심 투수로 활약했던 경험이 있다.
한편 한화에는 김성근 감독 외에도 SK와의 인연이 있는 선수들이 있다. 2013년 시즌을 마치고 FA를 통해 한화로 이적한 정근우, 2013년 KIA로 트레이드 됐다 올 시즌을 앞두고 한화와 FA 계약을 맺은 송은범과 같은 선수들이다. 정근우가 22일 1군에 복귀했고 송은범은 중간계투로 활약하고 있는 만큼 이번 주말 3연전에서 SK 왕조를 이끈 주역들이 대거 승리를 위해 싸우는 그림도 점쳐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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