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력이 떨어진 두 팀이 수비에서 어설픈 플레이를 연발하며 졸전을 펼쳤다. 진 kt는 승부를 가르는 결정적인 패착이 됐다. 이긴 SK도 그다지 뒷맛이 좋은 경기는 아니었다.
kt와 SK는 23일 수원 케이티 위즈파크에서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를 펼쳤다. 전날까지 1승씩을 나눠 가진 두 팀은 크리스 옥스프링과 윤희상을 선발로 내세워 우세 3연전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옥스프링은 SK를 상대로 워낙 강했던 기억이 있었던 선수다. 올 시즌 kt의 첫 승을 이끈 에이스이기도 했다. 윤희상도 시즌 출발이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SK 선발 투수 중에서는 메릴 켈리와 함께 가장 페이스가 괜찮은 편이었다.
두 투수는 잘 던졌다. 옥스프링은 6이닝 3실점을 기록했고 윤희상도 6이닝 2실점으로 잘 버텼다. 그러나 수비는 두 선수를 어렵게 했다. 당장 옥스프링은 3실점 모두가 비자책점이었다. 수비 실책 때문이었다. 하지만 SK도 수비에서 만만치 않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차이가 있다면 윤희상이 그 위기를 스스로 잘 넘겼을 뿐이었다.

kt는 1회부터 실책이 나왔다. 2사 1루에서 브라운이 3루수 방면 타구를 쳤다. 약한 타구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잡아 이닝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3루수 마르테가 공을 제대로 잡지 못하며 이닝이 계속됐다. 결국 옥스프링은 박정권에게 볼넷을 내준 뒤 이재원에게 2타점 중전 적시타를 맞고 선취점을 내줬다.
2회에도 실책이 실점의 빌미가 됐다. 1사 1루에서 이명기가 유격수 방면 땅볼을 쳤다. 박기혁이 이를 잘 잡아 2루로 송구했다. 수비가 깔끔했다면 병살, 혹은 최소 1루 주자라도 잡아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병살 플레이를 위해 베이스 커버에 들어간 박용근이 이를 놓치며 주자와 타자가 모두 살았다. SK는 이를 놓치지 않고 최정이 좌전 적시타를 터뜨리며 kt를 어렵게 했다.
4회에도 수비가 위기를 부를 뻔했다. 1사 후 김성현이 좌전안타로 출루한 상황에서 이명기의 타구가 2루수 박용근을 향했다. 이 타구는 박용근의 몸에 맞고 우익수로 향해 1사 1,3루가 됐다. 강한 타구이기는 했지만 몸으로 막아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플레이였다. kt 벤치도 이를 생각했는지 곧바로 박용근을 교체했다. kt 관계자는 “수비 강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문책성 교체였다.
SK도 만만치 않게 수비가 산만했다. 1회 2사 후 마르테가 유격수 방면으로 강한 타구를 날렸다. 김성현이 잘 따라갔으나 마지막 순간 글러브를 갖다 대지 못하며 좌전안타가 됐다. 김성현의 수비력을 고려하면 역시 잡을 수도 있는 타구였다. 김상현의 느린 타구 때는 유격수 김성현, 3루수 최정이 모두 타구를 잡아내지 못하며 내야안타를 허용했다. 3-0으로 앞선 4회 실점 때는 신명철의 좌전 적시타 때 좌익수 이명기가 한 번에 공을 잡지 못하며 제대로 된 홈 승부를 해보지 못했다.
6회에는 선두 김민혁의 타구도 김성현이 제대로 잡지 못하며 실책으로 기록됐다. 3-2로 앞선 2사 1루 상황에서는 박경수의 도루를 완전히 놓치는 우를 범했다. 박경수가 윤희상의 견제 타이밍을 뺏어 2루로 뛰었고 윤희상은 뒤늦게 이를 알아차렸다. 2루로 공을 던지려고 했지만 유격수 김성현과 2루수 박계현은 자기 수비 자리에서 서 있기만 했다. 박경수의 움직임을 모두 놓쳤다고도 볼 수 있었다. 이겼지만 김용희 감독의 성에는 차지 않는 승부였을 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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