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은 맹활약으로 돌아왔다.
김기태 KIA 감독은 23일 광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롯데와의 시즌 3차전에서 파격적인 라인업을 내놓았다. 전날 1군에 처음으로 올라온 대졸 신인 김호령을 1번타자로 기용한 것이었다. 결과는 떨지 않고 멀티히트를 터트리며 7-6 기적의 역적승의 발판을 놓은 성공작이었다.
김호령의 발탁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컸다. 부동의 톱타자 김주찬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1군에서 제외되면서 1번타자 기근현상을 풀기위한 조치였다. 그동안 최용규가 1번타자로 나서긴 했지만 1번으로는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김호령에게 중책을 맡겨보았다.

김호령은 동국대 출신의 외야수 신인이다. 올해 뽑은 10명의 신인 가운데 가장 마지막, 그러니까 10순위 신인이다. 야수 가운데는 가장 먼저 1군 콜업의 기회를 잡았다. 스프링캠프에서는 경기고 출신의 황대인이 인상적인 타격으로 눈길을 끌었지만 수비 적응이 되지 않아 2군에서 출발했다. 신인 가운데는 투수 문경찬이 가장 먼저 1군 무대에 올랐다.
김호령은 김기태 감독이 작년 가을 마무리 캠프부터 눈여겨 본 선수이다. 빠른 발과 어깨, 힘에 근성까지 갖춰 고된 훈련을 모두 소화했다. 내심 외야 주전으로 키워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작년 12월 야구대제전에 참가해 후크뼈 골절상을 입는 바람에 오키나와 캠프에 불참했다. 그래도 김 감독은 정회열 퓨처스 감독에게 부탁해 꾸준히 특별훈련을 시켰다.
때가 되면 부를 생각이었다. 2군 6경기에서 15타수 5안타 2도루를 기록하며 워밍업을 했고 드디어 지난 22일 1군 콜업을 받았다. 콜업과 동시에 경기 도중 교체 멤버로 투입해 첫 타석에서 중전안타를 터트리며 힘찬 신고식을 하고 이날은 1번타자까지 등장했다.
신인 1번타자로 살 떨리는 데뷔전이었는데도 만만치 않은 공격력을 펼쳤다. 1회 첫 타석은 삼진으로 물러났고 3회 두 번째 타석은 중견수 뜬공에 그쳤다. 5회 세번째 타석은 2루 땅볼로 물러났다. 그러나 진가는 나머지 두 타석이었다. 7회 네번 째 타석은 선두타자로 나와 깨끗한 중전안타를 날려 기회를 만들었다. 당찬 타격이 돋보였다.
특히 2-6으로 뒤진 9회말 무사 2루에서는 유격수 옆을 꿰뚫는 안타를 날려 멀티히트까지 터트렸고 필의 동점 만루홈런으로 홈까지 밟았다. 폭넓은 수비범위를 자랑하면서 중견수비수로도 무난한 모습이었다. 아직은 타격에서는 신인으로 1군 주력투수들의 변화구 적응이 필요하다는 숙제를 안았다. 그러나 기적의 징검다리를 놓은 김호령의 활기찬 모습에서 KIA는 새로운 희망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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