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는 1군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 트윈스 양상문 감독이 오랜만에 ‘미스터리 맨’ 잭 한나한(35)에 대해 이야기했다. 양 감독은 지난 23일 잠실 한화전을 앞두고 “한나한이 일정대로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곧 2군 경기에 나갈 수 있을 것 같다”며 “5월에는 1군에서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양 감독은 한나한과 관련된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취재진이 한나한에 대해 질문하면 “한나한에게 특별한 변화가 있으면 질문하시기 전에 말씀 드리겠다”는 입장이었다. 밖에서 한나한을 두고 확인되지도 않은 이야기들이 돌아도 양 감독은 동요하지 않았다. 애초에 양 감독은 한나한의 1군 무대 진입 시기를 5월로 봤다.

실제로 양 감독은 2015시즌 개막을 이틀 앞둔 지난 3월 27일 “일단 4월은 5할 승부를 생각하고 있다. 5할 정도를 유지하다가 100% 전력이 되는 시점에서 치고 나가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덧붙여 “류제국과 한나한이 돌아오고, (우)규민이가 100% 컨디션에서 마운드에 선다면, 우리가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4월 한 달 동안 그 시기를 잘 준비하고 만들어 보겠다”며 4월에 버티고, 류제국 우규민 한나한이 모두 돌아오는 5월에 치고나갈 것을 강조했다.
한나한 또한 양 감독이 머릿속에 넣어둔 5월 1군 무대 진입을 목표로 삼았다. 한나한은 3월부터 매일 이천 LG 챔피언스파크에서 치료와 재활, 그리고 훈련을 하고 있다. 현재 재활은 막바지 단계. 한나한이 퓨처스리그에서 뛰는 날도 다가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나한이 예정대로 5월에 온다면, 양 감독은 한나한이 포함된, 이상적인 라인업도 생각해뒀다. 지난 23일 양 감독은 “지금 우리 타순 중 6번 타순이 가장 안 되고 있다. 사실 올해를 구상하면서 한나한을 6번 타자로 쓰려고 했었다. 다른 외국인타자보다 파워는 좀 떨어질 수 있어도 정확도가 있기 때문에 한나한을 6번 타자로 염두에 뒀었다”고 이야기했다.
양 감독은 최근 한나한의 상태를 직접 살펴보진 못했다. 그래도 한나한의 컨디션이 지난 1월 애리조나 캠프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면, 양 감독의 구상대로 한나한은 5월 LG의 6번 타순을 책임질 가능성이 높다. 양 감독은 애리조나 캠프가 끝나고 한나한의 타격에 대해 “약 한 달 동안 한나한을 봤는데 비디오로 봤던 것보다 타격이 훨씬 좋다. 스윙이 마치 병규(7번)처럼 간결하다. 어쩌면 병규보다도 더 간결할 수도 있다. 선수들도 보고 많이 놀랐다”고 기대감을 전한 바 있다.
양 감독은 최측근인 최정우(60) 코치에게 한나한을 전담마크 시켰다. 최 코치는 지난해 양 감독의 추천으로 LG에 합류했다. 선수 시절을 MBC에서 보냈고, 현역 은퇴 후에는 수년 동안 LG 코치를 맡았다. 양 감독으로 인해 오랜만에 다시 LG 유니폼을 입은 최정우 코치는 최근 2개월 동안 한나한의 상태를 양 감독에게 보고 중이다. 양 감독으로선 가장 믿을 수 있는 이에게 한나한을 맡긴 것이나 다름없다. 그만큼 전적으로 최 코치의 보고를 신뢰하고, 최 코치가 짜놓은 일정에 맞춰 한나한을 올릴 계획이다.
LG 팬들은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좀처럼 타선이 터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10개 구단 중 LG만 공격의 중심을 잡아줄 외국인 타자가 미개봉이다. KIA 롯데 삼성 등과 맞붙어 상대팀 외국인 타자에게 당할 때면, 한나한과 LG 구단을 향해 화가 날만 하다.
그런데 그 누구보다 답답하고 괴로운 이는 양 감독이다. 어차피 팀 성적에 대한 모든 책임은 감독이 지게 되어 있다. 교체를 선택할 수도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 뛰어난 외국인타자를 구하는 것은 하늘에 별 따기다. 외국인타자 부진으로 속이 끓고 있는 다른 구단들도, 마땅한 교체카드가 없어 어쩔 수 없이 기존 외국인타자를 데리고 있는 실정이다.
LG 구단으로선 100만 달러가 보장된 한나한의 연봉도 부담이지만, 한나한을 대신할 내야수를 찾는다는 보장이 없는 것도 문제다. 메이저리그 시즌이 진행되면서 많은 선수들이 방출통보를 받고는 있다. 하지만 방출된 선수들 모두가 한국에 오려고 하지는 않는다. 대부분은 마이너리그에서 다시 메이저리그 무대를 도전한다. 한국에 오는 조건으로 커리어와 어울리지 않는, 터무니없이 높은 금액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한나한은 양 감독이 그려놓은 ‘5월 진격’ 시나리오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한나한이 공수에서 양 감독이 기대했던 모습을 보여준다면, LG는 분명 지금보다 훨씬 경쟁력 있는 팀이 될 것이다. 물론 팀 전력의 중심이 되어야할 외국인타자가 20경기나 치른 시점에서도 보이지 않는 게 정상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도 5월까지는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게 LG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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