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가 외국인 타자 잭 루츠(29)에게 시간을 더 주기로 했다. 새 외국인 타자 영입을 위한 움직임도 아직은 없다.
루츠는 허리 통증이 재발해 지난 23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1군에 있는 동안 8경기에서 기록한 성적도 타율 1할1푼1리(27타수 3안타), 1홈런 3타점으로 평균 이하를 밑돌았다. 1군에 복귀했던 지난 21일부터 나섰던 두 경기에서도 루츠의 포지션은 1루수였다. 3루수 경쟁에서 최주환에게 밀린 탓이다.
그러나 아직 두산은 다른 외국인 타자를 데려오는 것을 고려하지는 않고 있다. 김태룡 단장은 현 상황에 대해 “아직 (대체선수와 계약하기 위해) 움직이지는 않고 있다. 김태형 감독이 루츠에게 몸 상태를 묻고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는 괜찮았으니 열심히 몸을 만들어보라고 했다”고 밝혔다.

두산이 빠른 퇴출 결단 대신 루츠를 기다려보기로 한 것은 크게 세 가지 이유로 요약된다. 우선 코칭스태프에서 외국인 타자를 바꿔달라는 요청이 없었다. 루츠가 완전한 몸 상태로 뛴 것이 아니라 두산도 베스트 컨디션인 루츠를 한 번은 보려는 의도가 있다. 김 단장은 “현장 요청이 없을 경우 프런트에서 먼저 나서서 루츠를 퇴출시킬 계획은 없다”고 명확히 전했다.
두 번째 요인은 시장 상황이다. 김 단장은 “지금은 선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일반적으로 4~5월에 대체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 미국 현지에서도 수준급 선수들은 빅리그 진입 희망을 버리지 않을 시기인 만큼 한국행 결정이 힘들다. 같은 선수도 7~8월에 사인하는 것과 지금 하는 것은 몸값 차이가 있다. 당장이라도 선뜻 계약할 수 있는 선수들은 기량 면에서 기대치가 크지 않다. 시간을 두고 루츠를 쓰는 것이 낫다는 판단도 무리는 아니다.
두산은 외국인 타자 없이 국내 선수들로만 구성된 타선으로도 무서운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루츠에게 여유를 줄 수 있는 세 번째 이유가 된다. 김 단장 역시 “국내 선수들이 잘 해주고 있는 게 크고, 감독도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기 어려운 시기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기다려줄 수는 없다. 모든 구단은 외국인 선수가 이상 없이 활약을 펼치고 있을 때도 만일에 대비해 여러 선수들과 언제든 협상을 벌일 수 있도록 영입 후보 리스트를 가지고 있다. 두산 역시 마찬가지다. 더는 기다릴 수 없는 시점, 다시 말해 코칭스태프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르거나 대체할 수 있는 선수가 눈에 띄고 협상까지 순조롭게 진행되는 때가 오면 두산도 루츠와 함께하기 힘들다.
김 감독은 루츠의 몸 상태가 100%로 올라올 때까지 기다려주겠다고 했다.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으니 루츠도 지금은 변명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다시 1군에 등록된 뒤에도 달라진 스윙을 보여주지 못하면 퇴출 운명을 피할 수 없다. 100% 컨디션으로도 부진에서 탈피하지 못한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루츠에게도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결국 루츠의 운명은 스스로가 쥐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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