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준(30, 두산 베어스)의 명품 슬라이더가 전날 끝내기로 기세를 올린 KIA 타이거즈 타선을 잠재웠다.
장원준은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7이닝 4피안타 8탈삼진 3볼넷(몸에 맞는 볼 1개) 1실점했다. 야수들이 공수에서 큰 도움을 줬고, 팀의 7-3 승리 속에 장원준은 시즌 3승을 따냈다. 두산은 3연승으로 13승 7패가 됐다.
이날 장원준은 위기 속에 실점했던 3회초를 제외하면 실점 없이 KIA 타선을 잘 막아냈다. 1사에 2루수와 중견수, 우익수 사이에 떨어진 브렛 필의 적시타 후에 이어진 1, 2루 위기에서 장원준은 나지완을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때 활용된 구종이 슬라이더다. 볼카운트 3B-2S에서 장원준은 8구째에 예리하고 낮게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던졌고, 나지완의 방망이는 허공을 갈랐다.

이 슬라이더가 장원준을 살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5회초에는 강한울, 김호령, 최용규를 맞아 3명 모두에게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썼고, 셋은 헛스윙 삼진을 당하고 돌아섰다. 6회초 선두 필을 포함하면 연속해서 네 타자를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처리한 것이다. KIA 타자들이 앞 타자들을 보면서 승부에 임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날은 장원준의 슬라이더가 알고도 치기 힘든 공이었다.
6회초에는 패턴 변화도 보였다. 2사에 이범호를 상대로 볼 4개를 연속으로 던진 뒤 김다원을 만나서는 승부하는 공을 바꿨다. 1B-2S로 유리한 카운트를 전개한 장원준은 볼 하나를 뺀 뒤 바깥쪽에 포심 패스트볼을 꽂아 넣어 김다원의 방망이를 이끌어냈다. 삼진으로 이닝이 끝나 장원준은 승리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었다.
두산의 간판타자인 김현수는 지난해 리그 정상급 좌완투수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당시 롯데 소속이었던 장원준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김현수가 본 장원준은 ‘빠른 볼을 던질 때와 슬라이더를 던질 때 폼이나 팔 스윙이 완전히 똑같은 투수’였다. 그만큼 타자들은 장원준이 언제 슬라이더를 던지는지 알기 힘들었고, 장원준은 타자들이 예측하기 힘든 투수가 됐던 것이다.
이날 최고 구속이 146km에 이른 포심 패스트볼(47개)을 기본으로 장원준은 슬라이더(29개)를 유리한 카운트에 효과적으로 썼고, 체인지업과 커브도 곁들였다. 특히 슬라이더를 좌타자 바깥쪽으로 흐르는 공으로 요긴하게 쓴 것은 물론 우타자 몸쪽으로 예리하게 파고드는 무기로도 활용한 점이 돋보였다. 몸쪽으로 던질 때는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하지만, 그만큼 뛰어난 제구력을 갖추고 있어 큰 문제는 없었다.
장원준의 이러한 명품 슬라이더는 두산에 와서도 변하지 않았다. 범타를 유도하는 능력도 뛰어나지만, 필요할 때는 타자들의 방망이 궤도를 벗어나는 공으로 삼진을 잡을 줄도 안다. 그 과정에서 날카로운 슬라이더는 충분히 빛을 발했다. 공수에 걸친 야수들의 도움 속에 시즌 3승도 무난히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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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