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키워놨어".
한화 김성근 감독은 24일 대전 SK전을 앞두고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 한국시리즈 우승 3회의 추억을 함께 한 SK와 정규시즌 처음으로 만나게 된 것을 두고 "감회랄 게 없다"며 담담해 했지만 "이럴 줄 알았으면 괜히 키워놨다"는 농담으로 친정팀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김 감독은 2007년 SK 지휘봉을 잡은 뒤 2007·2008·2010년 무려 3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2011년 시즌 중 팀을 떠났지만, 2000년대 후반 SK 왕조를 이끈 김 감독과 그의 제자들이 적으로 마주하는 건 화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김 감독이 지휘할 당시 선수들이 지금도 SK의 주축으로 있기 때문이다.

야수로는 박정권 조동화 최정 박재상 등이 대표적이며 마운드에는 이번 3연전에 선발등판이 예고된 김광현과 채병룡을 비롯해 불펜의 핵심 전력인 정우람과 윤길현도 김 감독과 왕조 시절을 함께 했던 선수들이다. 왕조의 추억이 진하게 남아있다.
김 감독은 "그때 다들 20대 초반에서 24~25살이었다. 이제는 기량이 한창 올라와 있을 때"라며 "SK는 투수도 많고, 전체적인 선수층은 삼성보다 낫다"고 경계를 나타냈다. 하지만 막상 승부에 들어가자 김 감독의 한화는 SK를 투타에서 압도했다.
마운드가 SK 타선을 확실하게 봉쇄했다. 선발 안영명이 제구 난조 속에서도 특유의 위기관리능력을 바탕으로 5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쳤고, 뒤이어 나온 필승 라인 박정진과 권혁이 나란히 2이닝씩 던지며 4이닝 무실점을 합작했다. SK는 5안타 무득점에 그쳤다. 한화의 올 시즌 첫 영봉승 경기가 완성됐다.
타선도 1회 1사 2루에서 김경언이 우전 적시타를 때리며 선취점을 냈고, 4회에는 김태균이 달아나는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김태균의 홈런 이후 만든 1사 1·3루 찬스에서는 권용관에게 스퀴즈 번트를 걸었으나 SK의 피치아웃에 작전 실패했다.
하지만 한화는 김 감독 특유의 지키는 야구로 SK를 끝내 무득점으로 묶었다. 김 감독은 지난 2011년 8월17일 SK 사령탑에서 물러난 뒤 1346일 만에 정규시즌에서 처음 만난 친정팀을 확실하게 눌렀다. SK 선수들이나 팬들은 4년 만에 적으로 만난 김성근 감독의 한화를 보며 옛 생각이 많이 났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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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