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과 악수, 기분 좋습니다".
이제 이 투수가 없는 한화 마운드는 상상이 안 된다. 특급 좌완 권혁(32)이 한화 불꽃 투혼의 상징으로 연일 위력을 떨치고 있다. 한화가 승리하는 날, 권혁과 김성근 감독이 서로 애틋하게 바라보며 악수를 하는 모습은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 되고 있다.
지난 24일 대전 SK전도 마찬가지. 2-0 리드 상황에서 8회 구원등판한 권혁은 2이닝 동안 안타 2개와 볼넷 1개를 허용했지만 탈삼진 4개 포함 무실점으로 막고 세이브를 올렸다. 권혁은 다시 한 번 김성근 감독과 승리의 악수를 나누며 믿음을 확인했다.

김성근 감독은 "요즘 권혁이 박정진과 함께 제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 23일 잠실 LG전에서는 본인들이 던지겠다고 하는 것을 말렸다"고 말했다. 권혁은 22일 LG전에서 3이닝을 던지며 시즌 최다 54개의 공을 뿌린 뒤였다. 그런데도 권혁은 또 등판을 자청했다.
이에 대해 권혁은 "상황이 되면 짧게라도 던지고 싶었다. 결국 상황이 되지 않아 경기에는 나설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마음만으로도 김성근 감독은 권혁의 하고자 하는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그만큼 권혁에게 미안하고 고맙고 애틋한 마음을 갖고 있다.
권혁은 올해 한화의 20경기 중 13경기에 나서 20⅔이닝을 던지고 있다. 구원투수이지만 이례적으로 규정이닝을 채운 그는 4세이브와 3홀드를 따내고 있다. 평균자책점은 3.92로 조금은 높지만 어느 누구도 문제 삼지 않는다. 권혁의 투혼은 숫자로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사실 나도 사람이다 보니 때로는 힘들 때가 있다. 하지만 마운드에서 힘든 내색을 하지 않으려 한다"며 "감독님에게 감사드린다. 누군가가 나를 믿어준다는 건 굉장히 큰 힘이 된다. 그런 부분에서 힘이 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중요한 승부처에서 투구를 하고 싶었던 권혁에게 2015년의 4월은 그야말로 봄날이다.
김성근 감독은 경기 후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할 때 가장 고마워하는 선수에게는 악수를 청한다. SK 시절에는 팀 전력의 절반이라고 칭했던 박경완이 자주 악수를 했다. 한화에 온 뒤로는 권혁이다. 권혁은 "감독님과 악수할 때마다 기분이 좋다"며 거듭 감사의 말을 전했다. 남자는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에게 모든 걸 바친다. 권혁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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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