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가지 얼굴? kt, 깊어지는 조범현 수심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4.25 10: 42

“되도록이면 고정되는 것이 제일 좋은데…”
조범현 kt 감독은 23일 수원 SK전을 앞두고 타순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한숨을 내쉬었다. 타순 변화에서 벤치의 고민이 읽힌다는 질문 이후였다. 타순이 그날 코칭스태프가 보여주고 싶어 하는 팀 타선의 ‘얼굴’이라면, kt는 매 경기마다 성형을 거듭했다. 실제 kt는 시즌 시작 이후 단 한 번도 같은 라인업을 낸 적이 없다.
kt는 24일 경기까지 21경기에서 모두 다른 타순을 들고 나왔다. 리그에서 매 경기 다른 타순을 가동한 유일한 팀이었다. 반대로 삼성은 21경기에서 10개의 타선 라인업을 사용했을 뿐이었다. SK와 NC는 20경기에서 12개였다. 마찬가지로 타순 변동이 심한 한화도 같은 라인업의 경기가 있었다. 그만큼 kt 타순의 변동이 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팀 라인업에서 아직까지 안정이 찾아오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경기당 야수 기용(14명), 대타 기용(45회)도 가장 많았다.

조 감독의 고민이 깊어지는 것도 이 대목이다. 가장 큰 원인은 부상 선수들의 속출이다. kt는 개막 직후 팀의 지명타자로 활용할 예정이었던 장성호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했다. 사실상 전반기는 뛰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다. 여기에 주전 외야수였던 김사연이 14일 수원 두산전에서 왼손에 공을 맞으며 전력에서 빠졌다.
팀 중심타선에서 그나마 기복 없는 모습을 보여줬던 외국인 타자 앤디 마르테도 23일 수원 SK전에서 주루 도중 옆구리 통증을 느끼며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24일 라인업이 또 바뀐 이유였다. 시즌 중 LG와의 트레이드로 kt 유니폼을 입은 윤요섭 박용근을 활용하기 위해 라인업에 손을 댄 경우도 있었다.
두 번째로는 주축 타자들이 든든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경험이 풍부해 기대를 걸었던 박기혁이 타율 1할1푼6리에 처져 있는 것을 비롯, 신명철(.154) 용덕한(.167) 조중근(.226) 박경수(.242) 등 핵심 타자들이 모두 빈타에 허덕이고 있다. 리드오프를 맡는 이대형도 2할6푼8리까지 타율이 떨어져 있다. 이렇게 중심이 흔들리다보니 상황에 따라 타순은 매번 바뀔 수밖에 없다.
세 번째로는 선수들의 기복과 상황 대처 능력이다. 조 감독은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기복이 있다. 여기에 상대 투수의 유형에 따라 바꿀 필요가 있는 경우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상대 투수 유형을 가리지 않고 자기 타순을 지킬 수 있는 선수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젊은 선수들이 많은 kt로서는 어쩔 수 없이 겪는 성장통이다.
조 감독은 “타순은 고정되는 것이 가장 좋다. 선수들이 경기를 하면서 자기 타순에 맞는 임무를 생각할 수 있다”라고 이야기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kt는 24일 경기에도 이대형과 박용근을 테이블세터에 배치시키고 박경수를 3번으로 올리는 타순 변화를 줬으나 효과를 보지 못했다. kt의 타순 성형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 예상되는 이유이자, kt의 고전이 좀 더 지속될 것이라 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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