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외국인 타자 앤드류 브라운(31)은 시범경기 때만 하더라도 호쾌한 스윙을 과시하며 타팀들로부터 경계대상 1호로 떠올랐다. 모 팀의 감독은 "브라운이 외국인 타자 중에서 제일 좋은 것 같다. 스윙 돌리는 게 무섭더라"고 부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시즌 뚜껑을 열어보니 시범경기에서 브라운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개막 20경기를 치른 25일 현재 브라운은 66타수 13안타 타율 1할9푼7리 4홈런 9타점을 기록 중이다. 팀 내 최다 홈런으로 장타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1할대 타율은 상대에게 위협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장점이 있다면 브라운이 출루는 잘한다는 점이다. 삼진 21개를 당하는 동안 볼넷 17개를 골라냈다. 몸에 맞는 볼도 2개 있다. 출루율 3할7푼2리로 타율보다 훨씬 높다. 인내심과 선구안을 갖췄다는 부분은 분명 장점. 그러나 4번타자에게 더 필요한 것은 볼넷보다 매서운 스윙이다. 브라운에겐 그것이 없다.

특히 주자가 있을 때 너무 약하다. 주자가 없을 때는 타율 3할에 홈런도 3개를 쳤지만, 유주자시에는 타율이 1할1푼1리에 불과하다. 득점권에서는 18타수 1안타로 타율이 5푼6리에 불과하다. 득점권에서도 볼넷 7개를 골라냈으나 결정력이 떨어진다. SK의 공격력이 막히고 있는 것도 결국 브라운 부진이 크다.
그래서 SK를 상대하는 팀들은 브라운과 승부를 즐긴다. 브라운 앞 3번 타순의 최정과 굳이 승부하려 들지 않는다. 최근 2경기에서 최정은 3개씩 볼넷을 얻어냈다. 최정 다음 브라운이 전혀 두렵지 않기 때문이다. SK가 올해 가장 많은 3번의 영봉패 포함 2득점 이하가 7경기나 되는 것도 브라운 영향이다.
하지만 아직 SK 김용희 감독은 브라운의 타순을 흔들 생각이 없다. 김 감독은 "브라운이 타순에 부담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출루율은 괜찮지 않은가"라며 "(이)재원이가 6번에서 해결해주고 있다. 재원이가 그 자리에서 잘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바꿀 필요는 느끼지 못한다. (박)정권이가 살아나면 4~5번 타순이야 바꿀 수 있겠지만 지금은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아직 시즌의 20경기밖에 치르지 않았다. 이재원이 6번 타순에서 해결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타순 전체를 흔들 필요성은 없다. 다만 지금처럼 브라운이 출루형 4번타자로 상대팀에게 위협이 되지 못하면 SK도 타순 변경 카드를 빼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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