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송승준(35)은 올해 투수조 조장이다. 최근 송승준은 불펜투수들과 자주 미팅을 가졌다. 이유는 몇 번 있었던 블론세이브 때문이다. 당연히 선수들을 질책하고자 미팅을 소집한 게 아니었다. ‘지금은 힘들어도 곧 위기를 넘기고 이겨낼 것이라 믿는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25일, 송승준은 사직 삼성전 호투로 말했다. 송승준은 6이닝을 소화하며 안타 6개를 맞았지만 3실점 1자책점으로 막았고, 팀의 12-9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후 송승준이 한 말은 “7회에도 올라가고 싶었지만 투구수가 많아서 어쩔 수 없었다. 다음번에는 7이닝, 8이닝을 소화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겠다”였다.
송승준이 7회에도 던지고 싶었다고 말한 건 불펜투수들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더 힘이 되어주고 싶어서였다. 선발투수가 공 1개라도 더 던지면 불펜투수들은 좀 더 편해진다. 더군다나 송승준은 바로 전 등판인 잠실 두산전에서 1회를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가 불펜투수들에게 미안한 마음은 더했다. 그래서 경기 후 “잠실에서 조기강판 되어 정말 미안한 마음이었다. 그래서 7회에도 나가고 싶다고 (염종석 코치에게) 말했는데 교체가 됐다”고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바로 전 경기에 조쉬 린드블럼이 완투를 한 것도 송승준에게는 영향을 줬다. 송승준은 “그게 나한테 자극이 됐었다. 어쨌든 삼성전에서 우리가 약했는데, 일단 잘 막았다고 생각한다. 아직 나도 힘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는 속내를 밝혔다.
삼성전은 쉬운 경기는 아니었다. 경기 초반 타자들이 10점을 냈지만, 4회 실책 4개가 무더기로 나오면서 송승준도 흔들릴 뻔했다. 그 와중에도 송승준은 3실점(1자책점)으로 막아내며 피해를 최소화했다. 그는 “실책이 한 이닝에 4개 나오긴 했지만, 나도 야수를 해봐서 그 마음을 안다. 투수한테 가장 미안해한다. 내가 여기에서 막는다면 우리 선수들이 더 단합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꼭 막고 싶었다”고 말했다.
불펜투수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도 전했다. 송승준은 “오늘은 불펜에 힘을 주고 싶었다. 나도 선발과 불펜 둘 다 해봤지만 이를 때일수록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수밖에 없다. 우리 불펜투수들, 잠시 위기도 있었지만 믿고 있다. 그래서 미팅도 자주 갖고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을 갖자’고 여러 번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송승준의 마지막 한 마디는 이것이었다. “만약 내가 (팀을) 고를 수 있더라도 우리 불펜투수들 앞에서 던지고 싶다.” 지금 위기는 잠시 내리는 소나기라는 믿음 속에 굳게 쌓인 신뢰가 없었더라면 쉽게 할 수 없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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