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롯데 불펜투수들은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롯데는 주중 광주 KIA 3연전에서 뒷문 불안을 노출하며 1승 2패를 거뒀고, 주말 사직 삼성 3연전 중 25일 경기에서 10-0으로 앞서가다 10-8까지 추격을 허용하자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롯데 불펜이 흔들리고 있는 건 사실이다. 최근 불펜 실점이 늘어나며 불펜 평균자책점은 10개 구단 가운데 최하위(6.54)다. 불안했던 경기도 있었다. 그렇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생각만큼 나쁜 건 아니었다. 롯데는 7회까지 앞선 경기에서 13승 2패를 기록 중인데, 승률 8할3푼3리에 달한다. 같은 상황에서 롯데보다 승률이 떨어지는 팀이 4개(SK, 한화, 두산, kt)나 된다. 블론세이브는 총 3번인데, 이는 KIA와 두산과 같고 한화(5번)보다는 2번 적다.
지금 롯데 불펜투수들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첫 번째는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다. 큰 점수 차를 지켜내지 못하는 경기가 시즌 초 쌓이다보니 부담감 속에 마운드에 오른다. 때로는 야수들의 도움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들의 시선이 롯데 불펜으로 쏠리니,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오히려 발목을 잡기도 한다.

롯데 선수들은 입을 모아 “우리 불펜투수들을 믿는다”고 말한다. 원래 클래스가 있던 선수들인 만큼, 지금의 부진은 일시적이라는 믿음이다. 어떤 선수든 사이클은 있는데, 롯데 불펜투수들은 안 좋은 시기가 동시에 찾아온 것이다. 게다가 정재훈, 김승회, 최대성 등 1군 불펜에서 역할을 해줘야 할 선수들이 지금 퓨처스리그에 있고, 정대현과 강영식이 재활에 매진하고 있어 아직 100% 전력이 아니다.
두 번째는 팬들의 차가운 시선이다. 24일 사직 삼성전, 선발 조쉬 린드블럼이 역투를 펼친 가운데 9회 2사에서 염종석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오르자 사직구장을 찾은 팬들은 야유를 했다. 린드블럼의 완투를 보고 싶다는 의미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불펜투수들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외야 불펜에서 벌어졌다. 올해부터 롯데는 불펜을 실내에서 외야 파울 지역 실외로 옮겼는데, 외야 관중들은 이를 지켜볼 수 있다. 24일 삼성전 후반 불펜투수들은 몸을 풀기 시작했는데, 몇몇 팬들이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했다고 한다. 선수들은 못들은 체 계속해서 공을 던졌지만, 마음속에는 큰 상처가 남았다. 모든 팬들이 응원을 할 수는 없지만, 선수에게 직접적으로 욕설을 하는 건 다른 이야기다.
이번 주 롯데는 원정 6연전을 치른다. 주말 삼성과의 3연전을 모두 휩쓴 롯데는 분위기가 올라왔다. 24일 조쉬 린드블럼이 9이닝, 26일 브룩스 레일리가 8이닝을 소화하며 롯데 불펜투수들도 모처럼 재정비할 시간을 가졌다. 부산 MBC 최효석 해설위원은 “롯데 불펜투수들의 기량은 전혀 부족하지 않다. 1경기만 불펜의 힘으로 따낸다면, 다시 정상궤도에 돌아올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이중고에 시달리는 롯데 불펜이 안정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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