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젊은 불펜투수들이 기대 이상의 선전으로 팀을 2위로 견인하고 있다. 선발이 강한 마운드에 불펜 지원까지 더해지며 두산은 14승 8패를 거두고 있다. 선두 삼성과의 승차도 0.5경기에 불과하다.
두산은 기본적으로 강한 선발진을 갖추고 있어 불펜 부담이 적은 팀이다. 두산은 퀵 후크(3점 이하 실점한 투수를 6회를 마치기 전에 내리는 것) 5회로 NC와 함께 삼성(0회)에 이은 최소 퀵 후크 부문 공동 2위다. 선발이 박빙 흐름에서도 경기 후반까지 버티는 경기가 많아 불펜 피로도가 높지는 않다. 이와 동시에 젊은 선수들의 달라진 모습이 시즌 초 두산 불펜을 지탱하고 있다.
스프링캠프부터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은 김강률은 불안을 벗고 꾸준해졌다. 14경기에 나온 김강률은 13⅓이닝을 던지고 2승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2.70을 기록하고 있다. WHIP은 1.73으로 불안한 면이 없지 않지만 한 번에 와르르 무너지는 모습은 사라졌다. 김태형 감독도 “강률이가 지난해와 같지 않다. 마운드 위에서 듬직해졌다”고 말한다. 기술적으로는 시즌을 앞두고 투구 동작에서 백스윙을 짧게 만든 것이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최근 1군 선수단과 동행하기 시작한 노경은도 “강률이는 138km의 고속 슬라이더와 150km를 넘기는 빠른 볼이 있다. (윤)명준이는 기본적으로 제구가 좋아 걱정하지 않는다. 기존 선수들이 잘 해주고 있어 나는 뒷받침 해주는 위치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두산의 젊은 불펜은 예상보다 잘 버티고 있다. 잠시 흔들리기도 했던 윤명준은 26일 잠실 KIA전에서 2⅔이닝 1피안타 3탈삼진 1볼넷 무실점 호투해 평균자책점을 3.55로 낮췄다. 마무리 자리에 대한 책임감도 강하고, 위기를 즐길 줄 아는 담대한 마음가짐은 윤명준의 최대 장점이다.
시즌 초 불안했던 함덕주는 믿음직스러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6.52로 여전히 좋지 않지만, 최근 투구 내용은 필승조라 하기에 손색이 없다. 최근 7경기에서 7이닝을 던진 함덕주는 안타를 단 하나도 내주지 않았다. 탈삼진은 10개고, 볼넷도 2개에 불과해 최상의 페이스다.
여기에 1차지명을 받은 신인 남경호까지 빠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1군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2경기에서 2⅔이닝을 소화한 남경호는 140km대 초반의 포심 패스트볼로도 자신감 있고 과감한 피칭을 앞세워 피안타 없이 6탈삼진 2볼넷 호투했다. 두산 스카우트팀에서는 지명 당시 1군 진입까지 두 시즌 정도는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서울고 3학년 시절과 같은 놀라운 성장속도로 벌써 1군에 올라와 희망이 되고 있다.
젊은 투수는 아니지만 이재우의 분전도 4월에 큰 힘이 됐다. 전성기와 같은 구위는 사라져 홈런을 3개나 허용했고 장타를 종종 내줘 평균자책점은 5.28로 높은 편이지만 노련한 피칭으로 WHIP을 1.30으로 유지하고 있다. 홀드는 4개로 팀 내 최다고, 필승조 임무를 맡기에 충분한 모습이다.
불펜에는 앞으로도 호재들이 많다. 지난 2년간 불펜의 중심축 가운데 하나였던 오현택이 살아나고 노경은이 1군 엔트리에 등록되면 필승조와 추격조 모두 크게 강화된다. 특히 노경은은 윤명준의 육체적, 정신적 부담까지 덜어줄 천군만마 같은 존재다. 선발요원인 이현승까지 복귀하면 점점 피칭이 안정되고 있는 진야곱을 불펜으로 돌려 활용할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나고 여름이 다가올수록 두산은 흔들리지 않는 전력 구축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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