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안 붙어’ SK 머니볼 타선의 고민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4.28 10: 00

저서와 영화를 통해 잘 소개된 빌리 빈 오클랜드 단장의 ‘머니볼’은 타율, 홈런 등 전통적인 기록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다른 기록으로 확률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것이 기본이다. 이런 머니벌이 주목한 가장 대표적인 기록이 ‘출루율’이다. 그런 측면에서 SK 타선은 이중적인 모습이다. 출루율은 높은데, 불이 안 붙는다.
SK는 27일까지 22경기에서 2할6푼7리의 팀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넥센(.286), 두산(.285), 삼성(.272), NC(.272)에 이은 리그 5위 기록이다. 리그 평균(.265)보다는 살짝 높다. 그런데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출루율이다. SK는 올 시즌 팀 출루율이 3할6푼6리로 리그에서 가장 높다. 출루율과 타율의 차이에서는 kt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SK는 올 시즌 22경기에서 총 104개의 볼넷을 골라 경기당 볼넷이 가장 많은 팀이다. 끈질기게 공을 보기도 했다. 팀 전체 타석당 투구수는 4.15개로 역시 1위다. 헛스윙 비율도 8.7%로 상위권이다. 팀 전체가 공을 보는 집중력 자체는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심타선의 출루율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다. 최정이 4할9푼4리로 리그 1위고 이재원(.453) 브라운(.411)도 4할 이상의 출루율을 보유하고 있다. 브라운의 타율은 2할5푼7리로 출루율과 타율의 차이는 무려 1할5푼4리다. 박정권 또한 타율은 2할3푼1리에 처져 있지만 출루율은 3할5푼5리로 그다지 나쁜 편은 아니다. 이를 고려하면 SK의 팀 타선은 많은 기회를 맞이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해결 능력이 부족하다.
SK의 올 시즌 득점권 타율은 2할7푼1리로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다. 여기에 득점권 상황에서의 장타율과 출루율 또한 리그 중위권으로 처진다. 중심타선의 엇박자도 심한 편이다. 연쇄 폭발이 일어나지 않는다. 최정과 이재원이 잘 맞을 때는 브라운이 부진했고, 브라운이 잘 맞을 때는 앞뒤에 위치하는 박정권이 부진한 식이다. 김용희 감독도 타순을 조정하며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연쇄폭발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장타력이 부족한 것도 확실하게 득점을 내지 못하는 이유다. SK는 중심타선부터 하위타선으로 이어지는 타순의 기동력이 그다지 좋은 팀은 아니다. 김강민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그나마 뛸 수 있는 자원도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단타 1~2개로 점수를 내기 쉽지 않다. 여기서 장타력이 부족하니 득점 상황에서의 답답함은 더 커진다. 올 시즌 SK의 장타율은 3할9푼4리로 리그 평균(.414)에 비해 떨어진다. 한 방을 칠 수 있는 선수들이 적지 않음을 고려하면 이 또한 타선 침체의 하나의 원인일 수 있다.
대타 자원의 부족함도 답답함을 거든다. 중요할 때 낼 수 있는 대타 자원이 많지 않다. 그나마 대부분 왼손 자원이다. 상대 마운드가 왼손 타자를 겨냥했을 때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 물론 왼손 투수에 강한 왼손 타자도 있지만 SK의 경우는 대다수의 선수들이 그렇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다. 지난 한화와의 주말 3연전에서 승부처를 버티지 못한 것도 이런 요소가 하나의 원인을 제공했다.
브라운이 지난 주말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 최정이 빠져 있었다는 것, 그리고 5월 중순 이후에는 어느 타순에서나 좋은 활약을 할 수 있는 김강민이 돌아온다는 점 등 긍정적인 요소는 있다. 그러나 타자들의 전반적인 감이 지난해 후반기보다 못해보이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약점을 물고 늘어지는 상대 투수들에 대한 상황 대처 능력, 낯선 투수들에 대한 공략 능력 등 전반적인 부분에서 향상되지 못한다면 출루율은 장식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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