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 이 사람을 아십니까] (4) LG 트윈스 김준엽 필드닥터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5.04.28 10: 00

야구장의 주인공은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입니다. 조연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코칭스태프, 혹은 프런트라고 답을 내놓는 사람들이 많겠죠. 그들이 조연인 건 맞지만, 우리가 다시 돌아봐야 할 사람들은 화려한 무대 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기 일에 매진하는 이들이 아닐까요. 매주 1회 잘 모르고 지나쳤던 그들의 이야기를 OSEN이 전해 드립니다. (편집자주)
프로야구는 데일리스포츠다. 거의 매일 경기가 열리는 만큼, 선수들의 몸 관리도 중요하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도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면,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팀도 마찬가지다. 호화멤버를 꾸리고 있어도, 부상이 반복되면, 그 팀은 결코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
LG 트윈스는 선진화된 선수단 관리시스템을 자랑한다. 선수와 트레이닝파트, 의료진까지 하나의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덧붙여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필드닥터를 두고 있는 팀이기도 하다.

명지병원 김준엽 박사(41)는 4년째 LG 구단 필드닥터로 활동 중이다. 김 박사는 수시로 선수단 몸 상태를 체크하며, 홈경기가 열릴 때는 잠실구장에서 대기한다. 경기 중 부상자가 나오면 직접 그라운드로 뛰어나가 상태를 확인한다. 지난 22일 잠실 LG-한화전에서 한화 유창식이 무릎에 타구를 맞았을 때도 김 박사는 마운드 위에서 유창식의 부상 부위를 진단했다. 김 박사를 만나 필드닥터의 역할과 LG 선수들의 몸 관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먼저 김 박사는 필드닥터의 업무에 대해 “주된 업무는 잠실 홈경기 사고 대처다. 경기 중 부상자가 나오면 부상 부위를 진단하고 컨설팅을 한다. LG 선수들의 경우, 시간을 두고 선수 한 명 한 명을 살펴본다. 부상방지를 위해 트레이닝파트와 협력하고 있다. 선수들을 꾸준히 봐야하니까 스프링캠프도 3년째 가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김 박사는 “LG 선수들의 진단 기록은 다 갖고 있다. 선수마다 맞춤형 부상 관리 방법도 제시하는 중이다. 그만큼 선수들과 가까워지고,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돼야한다”고 전했다.   
최근 LG는 시즌아웃 부상자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이병규(9번) 박용택 이진영 정성훈 봉중근 등 베테랑이 팀 전력의 중심을 이루고 있으나, 이들 모두 매년 꾸준한 활약을 펼친다.
김 박사는 “베테랑 선수들을 보면, 자신의 몸에 대해 굉장히 적극적이다. 항상 먼저 트레이너에게 안 좋은 부분을 이야기하고 관리 받는다”며 “어린 선수들은 그런 경우가 많지 않다. 베테랑 선수들은 각자의 관리 노하우가 있더라. 그래서 그런지 베테랑 선수와의 소통이 더 편한 편이다. 의사 입장에서도 부상에 대해 확실히 인지하고 있는 환자가 편하다. LG 베테랑 선수들이 꾸준히 활약하는 데에는 이러한 원인이 있지 않나 싶다”고 밝혔다. 
덧붙여 김 박사는 “최근 시즌아웃 부상이 적은 것은 의사보다는 트레이닝 파트의 공이 크다. 트레이너들은 가족보다도 선수들과 붙어 있는 시간이 많다. 트레이너와 의사간의 소통도 잘 이뤄지고 있다”며 “선수, 트레이닝파트, 그리고 의료진까지 한 통로로 소통이 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부상 정도도 약해지고 부상횟수도 줄어들었다. 선수단과 의료진이 하나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김 박사는 한국 프로스포츠 의료시스템에 대한 아쉬운 부분도 이야기했다. 김 박사는 “사실 야구는 하면 할수록 몸 상태가 안 좋아지는 운동이다. 특히 투수는 더 그렇다. 던지면 던질수록 부상을 당할 확률이 높아진다. 아직은 가야될 길이 멀다. 소통도 더 잘 이뤄져야 한다”며 “아직 우리나라는 부상 선수만을 위한 의료시스템이 없다. 그래서 부상당한 선수들이 외국에 나가는 경우가 많다. 사실 선수는 집중관리를 받아야 한다. 선수 한 명 한 명이 중요한데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에선 선수 한 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안 된다. 의사가 일반 환자까지 너무 많은 환자들을 관리하고 있다. 의사 입장에서도 이런 부분에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프로 선수들을 위한 선진화된 의료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어 “미국과 비교해도 우리나라가 의료 기술에선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시스템의 차이다. 의사가 선수 한 명 한 명을 전담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면, 우리나라 선수들이 해외에 나가서 수술 받고 관리 받는 일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구장 내부 시설도 아쉽다. 미국 같은 경우, 야구장 안에 엑스레이와 같은 기본 의료시설이 있다. 이런 시설이 야구장에 있다면 여기에 필요한 새로운 일자리도 생겨나게 된다”며 “그나마 프로야구가 의료시스템이 발전한 편이다. 다른 종목은 의료진과의 접근성부터 야구보다 많이 떨어진다. 모든 프로구단들이 의료진과의 거리를 가까이 둬야한다. 선수 몸값 100억원 시대가 다가오고 있지 않나. 그만큼 선수 몸 관리도 중요한 시대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김 박사는 LG 선수들을 향한 남다른 애정도 보였다. 김 박사는 “잘 됐으면 하는 선수가 꽤 많다. 특히 부상으로 고생했던 선수는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 더 크다. 이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가 부상으로 고생했던 선수가 그라운드에서 맹활약을 펼칠 때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김 박사는 올 시즌 1군 무대서 활약하고 있는 장진용과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했다. 김 박사는 “최근 가장 애틋한 마음을 갖게 한 선수는 장진용이었다. 진용이가 예전에 우리 병원에서 수술도 받고 재활도 했었다. 다시 상태가 안 좋아졌을 때는 진용이와 함께 미국 조브  클리닉도 갔었다. 그런데 조브 클리닉에서 수술불가 판정을 내리더라. 진용이가 정말 고생을 많이 했었다. 그래도 절망하지 않고 노력해서 여기까지 왔다. 더 잘 되기를 바란다”고 장진용의 활약을 기원했다.
한편 장진용(29)은 스프링캠프 선발진 경쟁에서 승리, 올 시즌 LG의 다섯 번째 선발투수로 나서고 있다. 지난 25일 마산 NC전에선 5이닝 1실점으로 호투, 프로 입단 11년 만에 첫 선발승을 올렸다.
drjose7@osen.co.kr
LG 트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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