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든 매카시라는 이름이 적힌 복권의 뒷면에는 ‘당첨’이라는 글귀가 없었다. 오히려 2년간 2000만 달러가 넘는 돈만 날릴 판이다. 자유계약선수(FA) 영입전에서 한 차례 실패를 맛본 LA 다저스가 트레이드 시장을 기웃거릴지 관심이 모아진다.
다저스는 28일(이하 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를 앞두고 최악의 소식을 전했다. 바로 올 시즌 3선발로 시즌을 시작한 브랜든 매카시(32)의 부상 소식이었다. 매카시는 지난 26일 샌디에이고전 등판 당시 팔꿈치에 통증을 느꼈다. 지난 시즌에도 있었던 통증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였으나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결과 팔꿈치 내측측부인대(UCL)가 손상됐다는 판정을 받았다.
매카시는 “아직 의사와 상담하지 않았다”라면서 구체적인 추후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이 경우 대부분 팔꿈치인대접합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는다는 점에서 매카시도 뾰쪽한 다른 수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매카시도 “내년 올스타 브레이크 이전에는 돌아올 것”이라고 밝히며 이 가능성을 사실상 시인했다. 수술을 받을 경우 내년 중반에나 전력에 가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원래부터 부상 경력이 많던 선수였다. 그러나 큰 문제는 대부분 어깨 쪽이었다. 그리고 지난해 32경기에서 10승15패 평균자책점 4.05를 기록했고 데뷔 이후 처음으로 200이닝을 소화하는 등 반등 가능성을 내비쳤다. 다저스 수뇌부가 주목한 것도 이 대목이었다. 추가 부상 위험이 크지 않을 것이라 내다보고 과감히 4년 4800만 달러를 베팅했다. 하지만 매카시는 이번 부상으로 올 시즌 4경기에서 3승 평균자책점 5.87이라는 성적만 남긴 채 기나긴 재활 과정에 돌입했다.
다저스로서는 비상이다. 다저스는 이미 지난해까지 3선발 몫을 톡톡히 했던 류현진이 어깨 부상으로 빠져 있다. 5월 복귀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나오지 않았다. 여기에 류현진을 대신해 3선발 몫을 하던 매카시마저 시즌 아웃됨에 따라 당초 구상했던 선발 로테이션에서 셋(클레이튼 커쇼, 잭 그레인키, 브렛 앤더슨)만을 남겨두게 됐다. 여기에 앤더슨을 비롯, 커쇼, 그레인키, 류현진까지 네 명의 선수는 모두 지난해 부상 및 통증 경력이 있다. 불안감을 남기는 요소다.
스캇 베이커, 마이크 볼싱어 등 대체 선발 자원들이 임시로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이나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다. 다저스의 목표는 단순히 자구 우승이 아닌 월드시리즈 제패다. 일시적으로 버틸 수는 있지만 이 목표와는 어울리지 않는 선수들이 될 수 있다. 결국 다시 트레이드 시장을 다시 살필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다저스는 이미 이번 시즌이 시작되기 전 콜 해멀스(필라델피아)를 비롯한 몇몇 선수들과 연계되기도 했다.
꼭 해멀스가 아니라도 시장에 나올 수 있는 매물은 많다. ESPN의 짐 보든을 비롯한 몇몇 소식통들은 다저스가 스캇 카즈미어(오클랜드)와의 트레이드 소문도 있었다며 어떤 식으로든 트레이드에 나설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정말 급한 경우라면 FA 신분 취득을 앞두고 있는 투수 대어들의 영입 가능성도 열려 있다. 조니 쿠에토(신시내티), 데이빗 프라이스(디트로이트), 제프 사마자(화이트삭스)와 같은 선수들이다. 현재 소속팀은 이 선수들을 잡을지, 그렇지 않을지 확실하지 않아 6월 이후에는 트레이드 논의에 응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무리한 영입, 중복투자처럼 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다저스는 2017년 이후에도 계약이 되어 있는 선발투수가 많지 않다. 잭 그레인키는 올 시즌 후 옵트아웃 자격을 행사할 수 있고 류현진도 5년간 750이닝을 채우면 역시 옵트아웃 자격을 얻는다. 앤더슨은 올해로 계약이 끝나고 커쇼와 매카시 정도만 확정된 팀 소속이다. 여기에 유망주들의 성장은 아직 알 수 없는 부분이 있고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모른다.
앤드류 프리드먼 다저스 야구부문 사장은 28일 LA타임스의 이런 질문에 대해 “유망주를 내주며 트레이드를 할 생각은 없다”라고 못을 박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다저스가 지금 선발투수, 그것도 월드시리즈 우승에 공헌할 만한 선발투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금력도 갖추고 있는 다저스라 한 번 마음을 먹으면 어떤 시나리오가 벌어질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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