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로 올라선 두산 베어스가 천군만마를 얻었다. 노경은이 5월도 되기 전에 복귀했다. 희생정신까지 갖춘 두 외국인 투수는 시키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나서 불펜의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외치고 있다.
우선 반가운 것은 노경은의 복귀다. 지난 28일 1군에 등록된 노경은은 곧바로 잠실 kt전에서 1이닝을 던졌다. 팀이 6-2로 앞선 9회초에 관중들의 박수를 받으며 마운드에 오른 노경은은 탈삼진 2개를 포함한 1이닝 퍼펙트로 kt 중심타선을 막았다. 복귀전을 치르기 좋은 환경에서 노경은은 1군 마운드에 재적응할 기회를 얻었고, 성공적으로 등판을 마쳤다.
포심 패스트볼 구속은 최고 147km까지 나왔고, 가장 느렸던 공도 144km로 타자들을 잡아내기에 충분한 속도였다. 퓨처스리그에서 중점적으로 가다듬은 슬라이더도 136~139km로 위력적이었고, 커브도 2차례 던지며 점검했다. “노경은이 셋업맨으로 잘 해주고 마무리는 그대로 윤명준이 잘 해주면 가장 이상적이다”라고 했던 김태형 감독의 구상처럼 된다면 두산 불펜은 약점을 상당부분 지울 수 있다.

노경은 자신도 “빠른 공과 변화구 모두 좋았다. 자신감이 생긴 만큼 앞으로 칠 테면 쳐보라는 마음으로 던지겠다. 팀에 보탬이 되겠다”는 말로 보직에 연연하지 않는 자세를 보였다. 완전한 몸 상태로 돌아오겠다는 약속이 거짓이 아니었다는 것은 첫 등판을 통해 증명됐다. “이천에서는 1인실을 써서 야구 생각을 많이 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지난해 부진 원인과 정신적인 면에 대해서도 공부를 많이 했다”고 말한 만큼 더 성숙한 모습이 기대된다.
두산의 ‘노경은 효과’는 상상보다 클 수 있다. 단순히 노경은이 마운드에서 던지며 거두는 성적 외에도 베테랑 복귀로 인한 다른 투수들의 심리적 안정까지 꾀할 수 있다. 특히 마무리 중책을 맡은 윤명준과 셋업맨 김강률, 이재우 등에게 집중됐던 육체적, 정신적 피로가 크게 경감될 것이라는 희망도 생긴다.
여기에 외국인 투수들의 책임감 또한 두산 마운드의 희망적인 요소다. 김 감독은 28일 잠실 kt전을 앞두고 “니퍼트와 마야가 지고 있는 상황에도 한 이닝씩 더 던지겠다고 하고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막았다. 외국인 투수가 지고 있는 경기에서 그렇게 하기가 어렵다. 나는 다음 투수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둘 다 자기가 먼저 던지겠다고 해 고마웠다”고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 23일 목동 넥센전에 선발로 출장한 더스틴 니퍼트는 6이닝 동안 5실점했지만 7회초에도 내려가지 않고 마운드에 올라 고종욱과 임병욱, 문우람을 모두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4-5로 뒤지던 두산은 9회초 김현수의 결승 투런홈런을 앞세워 7-5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니퍼트의 희생이 승리의 밑거름이 됐다.
유네스키 마야 역시 팀이 뒤지자 더욱 투지를 불태웠다. 26일 잠실 KIA전에서 두산은 6회말까지 1-3으로 밀리고 있었으나, 이미 103개를 던진 마야가 7회초에도 물러나지 않고 탈삼진 2개 포함 삼자범퇴로 한 이닝을 더 막아낸 뒤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연장 12회말 유민상의 끝내기 희생플라이로 4연속 위닝 시리즈를 달성했다.
두 외국인 선수의 투혼에 노경은 복귀라는 호재까지 겹친 두산은 28일 잠실 kt전에서도 승리하며 2위 삼성에 0.5경기 앞선 선두로 올라섰다. 이들의 힘은 팀을 선두로 올린 것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이제부터 시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군의 핵심 전력인 세 투수들의 강인한 정신력은 1위 수성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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