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우투수 이동현(32)에게 2015시즌은 특별한 한 해가 될 듯하다. 스프링캠프부터 투수조 조장을 맡았고, 시즌이 시작되자 부진에 빠진 봉중근을 대신해 마무리투수 역할까지 하고 있다. 올 시즌 후 FA가 되는 만큼, 여러모로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지만, LG 불펜진의 자존심과 팀 승리를 지키고 있다.
LG는 2015시즌 시작부터 악재가 반복됐다. 무리 없이 2015시즌을 소화할 것으로 보였던 우규민이 허벅지 부상으로 다시 이탈했고, 외국인타자 한나한은 정확한 복귀시점도 잡히지 않고 있다. 박용택이 독감으로 엔트리서 제외, 차포마상을 떼고 4월초를 보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마무리투수 봉중근까지 흔들리며 팀의 최고 장점인 불펜진도 붕괴 위기에 처했다. 승리공식에 마침표를 찍어야할 봉중근이 고전하면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야구를 했다. 9회 마지막 순간까지 손에 땀을 쥘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됐다.
그러자 양상문 감독은 불펜진을 개편, 이동현을 임시 마무리투수로 내세웠다. 봉중근이 구위와 제구를 회복할 때까지 이동현이 세이브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다. 실제로 이동현은 지난 23일 잠실 한화전에서 5-2로 앞선 9회초에 등판했다. 그동안 8회를 지켰던 이동현에게는 익숙하지는 않은 상황이었으나,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시즌 첫 세이브에 성공, 주중 3연전 위닝시리즈를 완성했다. 이동현은 지난 28일 대구 삼성전서도 7-4로 앞선 9회말에 등판, 역시 삼자범퇴로 세이브를 기록했다.

셋업맨에서 클로저로 이동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8회와 9회는 마운드에서 받는 압박감부터 다르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동현은 완벽한 시즌을 만들 태세다. 올 시즌 11경기 12이닝을 소화하며 2승 0패 2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1.50으로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WHIP 0.92로 이닝당 평균 한 명 이하만 출루시키며 피안타율은 2할9리 밖에 안 된다.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도 불펜투수들의 수난이 계속되고 있으나, 이동현에게는 다른 세상 이야기다. 패스트볼 슬라이더 포크볼을 완벽한 로케이션에 꽂아 넣으며, 최악에 상황도 극복한다. 지난 26일 마산 NC전에선 나성범에게 완벽한 몸쪽 패스트볼을 구사, 스탠딩 삼진아웃으로 NC의 거센 추격을 저지했다.
사실 이동현은 강속구로 윽박지르는 투수는 아니다. 세 차례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으면서 20대 초반처럼 150km를 찍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정교한 로케이션과 수 싸움, 배짱으로 상대 타자를 압도한다. 스트라이크존 양 끝을 가장 잘 활용하는 투수이며, 타이밍을 빼앗아 범타를 유도하는 자신 만의 노하우가 있다. 2012시즌부터 부활의 날개를 펼쳤고, 2014시즌까지 타고투저와는 무관하게 매년 더 나은 기록을 올리고 있다. 보통 불펜투수들이 구위저하와 함께 위기에 처하지만, 이동현은 구위 이상의 제구력을 지녔다.
불펜투수에 대한 애착도 강하다. 이동현은 “사실 나는 선발투수를 하기에는 몸 상태도 안 되고 집중력도 떨어진다. 어릴 때부터 10분 이상 집중하지 못했다”며 “짧은 시간이지만, 위기의 순간을 극복하는 게 즐겁다. 불펜 등판 전에 덕아웃에서 어떻게 상대 타자들을 삼진 잡고, 어떻게 세리머니를 할지 생각한다. 내 시나리오대로 잘 막으면 그날 하루가 즐겁다”고 웃었다.
이동현의 올 시즌 목표는 우승, 그리고 LG의 믿음직한 불펜투수라는 확실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다. 이동현은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FA, 개인 타이틀 모두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우승해서 우승반지를 받고 싶은 마음이 크다. FA 이후에도 꾸준히 좋은 모습 보여드려서 ‘LG의 중간투수'하면 '이동현'이 됐으면 좋겠다”고 2015시즌 각오를 다진 바 있다.
2015시즌이 시작한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한 달 동안 LG는 이동현이 없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시간들을 보냈다. 이동현이 버팀목으로 자리하고 있었기에, 목표로 삼았던 ‘4월 5할 승부’도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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