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의 악몽이 되풀이되는 것인가.
지난 시즌을 앞두고 7년 만에 국내 무대에 복귀한 임창용은 최고령 30세이브를 달성하는 등 삼성의 통합 4연패 달성에 이바지했다. 반면 9차례 블론 세이브를 범하며 아쉬움을 자아냈다.
이 가운데 배영수의 승리를 4번 날렸다. 임창용이 뒷문을 제대로 지켰다면 배영수는 3년 연속 10승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그리고 배영수의 개인 통산 120승 달성(6월 25일 대구 넥센전) 시점도 앞당겨졌을 것이다.

임창용은 올 시즌 두 차례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다. 공교롭게도 두 차례 모두 차우찬이 승리 투수 요건을 갖췄을 때 였다. 5일 잠실 LG전. 선발 차우찬은 6⅔이닝 2실점(1자책) 호투하며 시즌 첫 승 달성 요건을 갖췄다.
하지만 5-4로 앞선 9회 마운드에 오른 임창용은 대타 유강남에게 좌전 안타를 허용한 뒤 오지환의 타구가 임창용을 맞고 굴절돼 1사 1,3루 위기에 놓였다. 이진영의 좌익수 희생 플라이로 5-5 동점이 됐고 오지환의 2루 도루에 이어 정성훈이 끝내기 안타를 때려 임창용은 시즌 첫 고배를 마셨다.
28일 대구 LG전에서도 마찬가지. 선발 차우찬은 6이닝 2실점으로 4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를 달성하며 3승 달성을 눈앞에 뒀다. 7회 심창민과 8회 안지만이 무실점 쾌투를 뽐내며 9회 임창용이 바톤을 이어 받았다.
임창용은 이진영과 정의윤의 연속 안타와 양석환의 희생 번트로 1사 2,3루 위기에 놓였고 최경철의 우중간을 가르는 2타점 2루타로 4-4 동점을 허용했다. 곧이어 김용의에게도 내야 안타를 맞은 임창용은 박지규 타석 때 폭투를 범했다. 3루 주자 최경철은 여유있게 홈인.
삼성은 임창용 대신 박근홍을 긴급 투입했다. 박용택의 몸에 맞는 공에 이어 이병규(7번)와 이진영 모두 밀어내기 볼넷을 얻었다. 삼성은 LG에 4-7로 패하며 24일 사직 롯데전 이후 4연패 수렁에 빠졌다. 임창용의 구위가 나쁜 편은 아니었다. 일각에서는 LG 타자들이 임창용의 투구 버릇을 간파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류중일 감독은 "지난해 임창용이 9차례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는데 그만큼 동료의 승수를 까먹었으니 본인이 얼마나 미안하겠는가. 일부러 그러는 것도 아닌데. 올 시즌에는 블론 세이브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임창용의 역할을 대신 할 선수는 없다. 안지만에게 뒷문 단속을 맡길 경우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격'이 된다. 잘 하든 못 하든 임창용이 해줘야 한다. 현재로선 임창용이 삼성 마운드의 '맏형'답게 좀 더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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