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풀리는 추신수, MLB 13번째 불명예 위기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4.30 06: 06

최악의 시즌 출발을 보내고 있는 추신수(33, 텍사스)가 메이저리그(MLB) 역사에서도 몇 없는 불명예를 뒤집어쓰기 일보직전이다. MLB 역사상 가장 출발이 부진했던 선수로 이름을 남길 위기다. 마지막 경기에서 이 굴욕을 피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추신수는 29일(이하 한국시간) 현재 올 시즌 16경기에서 타율 9푼6리, OPS(출루율+장타율) 0.427의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다. 이는 규정타석을 채운 MLB 전체 189명의 선수 중 최하위에 해당되는 성적이다. 188위인 체이스 어틀리(필라델피아)도 1할1푼9리로 1할 이상은 기록하고 있다. OPS 또한 전체 184위로 추신수 밑에는 단 5명의 선수밖에 없다.
추신수도 원인 모를 타격 슬럼프에 답답한 심정을 밝히고 있다. 추신수는 29일 시애틀전에서 선발 명단에서 제외된 뒤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야구를 하면서 이런 적이 없었다. 쉬운 상황이 아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물론 스타 선수들에게도 일시적인 부진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래도 추신수 정도의 경력이 있는 선수가 이런 성적을 낼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기록을 봐도 추신수의 부진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50타수 이상을 소화한 선수 중, 역대 텍사스 선수 중 3·4월 성적이 가장 좋지 않았던 선수는 1988년의 래리 패리시로 1할1푼5리였다. 패리시는 1979년(몬트리올)과 1987년(텍사스)에서 두 차례나 올스타에 선정됐던 스타였다. 그러나 1988년은 그의 만 35세 시즌이었고 결국 초반 부진 탓에 시즌 중 팀에서 방출되는 설움을 맛봤다. 보스턴으로 이적한 패리시는 시즌 타율 2할1푼7리를 기록한 채 그 해로 자신의 MLB 경력을 접었다.
MLB 전체로 범위를 넓혀 봐도 추신수의 기록은 굴욕적이라고 할 만하다. 1914년 이후 60타석 이상에 들어선 선수 중 3·4월 성적이 1할이 안 되는 선수는 딱 12명이 있었다. 60타석 이상에 나섰다는 것은 팀의 주전급 선수임을 의미하는 것인데 100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도 표본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2000년대 이후로는 2명(그렉 본, 루이스 크루스) 뿐이었고 가장 근래에는 2013년 크루스가 불명예를 기록했다.
다만 본(.099)은 패리시와 마찬가지로 경력의 끝자락을 향해 가던 선수였으며 크루스(.089)는 MLB 풀타임 경력이 단 한 번도 없는 선수다. 추신수의 상황과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만큼 추신수가 비정상적인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만약 9푼6리의 타율로 4월을 마감한다면 추신수는 MLB 역대 3·4월 타율에서 8번째로 좋지 않은 성적의 보유자가 된다.
텍사스는 30일 미 텍사스주 알링턴의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열릴 시애틀과의 경기에서 상대 에이스 펠릭스 에르난데스를 상대한다. 타격감이 저조한 추신수는 이날 경기에 벤치에서 출발하며 대타로 기회를 얻을 예정이다. 5타수 1안타만 쳐도 추신수는 이 불명예에서 벗어날 수 있다. 멀티히트를 기록한다면 패리시를 텍사스 역사에 계속 남겨둘 수 있다. 정말 안타 하나가 급한 상황에서 추신수가 어떤 성적으로 4월을 마무리할지 팬들의 시선이 몰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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