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희, 은사 이종운 감독에 "어떻게 스퀴즈를…"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04.30 10: 00

"(번트 동작을 흉내내며)거기서 스퀴즈를 딱."(넥센 한현희), "야, 나도 먹고는 살아야 할 것 아니냐."(롯데 이종운 감독)
롯데 이종운 감독은 10년 넘게 명문고 경남고 감독을 역임했다. 때문에 어느 팀과 상대하든지 제자들이 이 감독을 찾아온다. 프로야구에 수많은 선수들이 진출했기 때문이다.
지난 28일 목동구장에서 벌어진 롯데와 넥센의 경기는 사제대결이었다. 넥센 선발투수였던 한현희는 경남고 에이스 출신으로 고교시절에는 노히트노런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만큼 고교시절 한현희는 적이 없을 정도였다.

경기는 넥센의 8-4 승리. 한현희는 6이닝 4실점으로 시즌 2승 째를 챙겼다. 경남고 5년 선배인 롯데 선발 이상화는 5⅔이닝 5실점으로 시즌 2패 째를 당했다.
29일 목동경기는 비로 일찌감치 연기가 결정됐다. 이 감독은 경기가 연기된 뒤 구장을 떠나기 전 목동구장 감독실에 들렀다. 그리고 곧바로 한현희가 이 감독을 찾아와 번트동작을 흉내냈다.
이유는 28일 경기 4회 문규현의 스퀴즈에 있었다. 롯데는 1-2로 끌려가던 4회 1사 1,3루에서 문규현이 스퀴즈번트를 성공시키며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아두치의 볼넷과 손아섭의 2타점 2루타가 이어져 4-2로 역전에 성공했다. 한현희는 또 다시 승리를 날릴 뻔했지만 타선이 힘을 내 재역전에 성공, 승리투수가 될 수 있었다.
한현희는 몇 번이고 번트동작을 흉내내며 "어떻게 스퀴즈를 댈 수 있냐"면서 볼멘소리를 했다. 그러자 이 감독은 웃으며 "현희야, 나도 먹고는 살아야 할 것 아니냐"고 받았고, 다시 한현희는 "그럼 이제 경남고는 안 갈것"이라고 투정을 부렸다.
이 감독은 "실은 내가 스퀴즈를 지시한 게 아니다. 문규현이 본인 판단으로 작전을 성공시켰다"고 한발 물러났다. 그래도 한현희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감독님이 그러실 줄 몰랐다"면서 계속 허공에 번트를 댔다.
고민상담도 이어졌다. 한현희는 "요즘 마운드에서 너무 생각이 많다"고 털어놨고, 이 감독은 "고등학교 때처럼 아무 생각없이 공 던져라. 그게 네 특기 아니었나. 지금도 공은 정말 좋더라"고 제자를 응원했다.
오가는 말도 정이 듬뿍 담겨 있었고, 서로를 바라보는 표정 역시 애정이 가득했다. 한현희는 오랜만에 만난 스승 주위를 맴돌면서 떨어질 줄 몰랐고, 이 감독은 한현희 손을 붙잡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비내리던 목동구장 감독실, 스승과 제자는 아쉬움을 남긴 채 다시 반대방향으로 가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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