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4번 블랙홀, 터지니 이렇게 쉽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4.30 21: 51

그간 SK 타선의 가장 큰 고민이었던 4번 문제에서 한 방이 나왔다. 기다렸던 그 한 방이 터지니 경기가 이렇게 쉽게 풀릴 수가 없었다. 앤드류 브라운(31)이 딱 한 방으로 해결사 몫을 했다.
SK는 30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NC와의 경기에서 초반부터 폭발한 타선의 힘을 앞세워 9-6으로 이겼다. 4연패의 수렁에서 탈출한 SK는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최근 1군 엔트리를 대거 교체하는 등 한 차례 충격요법을 쓴 SK로서는 이날 승리가 매우 중요했다. 팀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원동력은 2회 빅이닝, 그리고 브라운의 한 방이었다. SK는 2-2로 맞선 2회 NC 선발 노성호를 상대로 기회를 잡았다. 1사 후 박윤의 유격수 방면 강습 내야안타, 박계현의 볼넷으로 기회를 열었고 김성현이 좌전 적시타를 터뜨려 1점을 얻었다. 이후 이명기가 바뀐 투수 손정욱에게 우전안타를 쳤고 박재상의 1루수 방면 타구가 행운의 내야안타로 이어지며 4-2로 앞서 나갔다.

그러나 최정이 1루수 뜬공으로 잡히며 2사 만루가 됐다. 사실상 여기가 이날 경기의 승부처가 될 것임은 경기장에 있는 모든 이들이 알고 있었다. 안타가 터져 도망가면 SK가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고, 그 반대라면 NC에게도 반격의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NC의 타선을 고려하면 SK가 이 기회를 놓친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상황에 놓인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타석에는 ‘4번 타자’ 브라운이 들어섰다.
이날 경기 전까지 브라운은 득점권 타율이 1할3푼에 불과했다. 최근 방망이가 살아나는 추세였지만 득점권 타율은 그렇게 오르지 않았다. 홈런도 솔로홈런이 많았다. 게다가 SK의 4번 타순은 타율을 빨아들이는 말 그대로 ‘블랙홀’이었다. SK의 4번 타순은 이날 경기 전까지 타율이 1할9푼8리에 불과해 리그 꼴찌였다. 선수들도 4번에만 들어가면 힘을 못 썼다. 2군에 내려간 박정권은 4번 타순에서 2할, 브라운은 1할9푼3리였다. 그렇게 잘 친다는 이재원도 4번 타순에서는 2할3푼1리에 불과했다.
출루율은 리그에서 선두를 다투지만 좀처럼 타선이 폭발하지 않는 것은 이런 4번의 문제가 큰 원인이었다. 그래서 브라운의 타석에 관심이 몰렸다. 여기서 브라운이 결정적인 고비를 이겼다. 불리한 볼 카운트에서 NC 두 번째 투수 손정욱의 슬라이더를 받아쳐 중견수 이종욱의 키를 살짝 넘기는 싹쓸이 2루타를 터뜨렸다. 경기 초반이었지만 승부의 추가 급격하게 SK로 기우는 순간이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SK의 팀 출루율은 무려 3할6푼8리로 리그 최고 성적이었다. 그러나 타선은 해결사가 나타나지 않았다. 3번에 최정이라는 최고 타자가 버티고 있음을 고려하면 4번의 부재가 컸다. 그러나 이 문제가 풀리자 경기가 이렇게 쉽게 풀릴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된 한 판이었다. SK가 4번 블랙홀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일단 브라운이 그 문고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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