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트적고 역전승 많고…두산 상남자 야구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5.01 10: 00

김태형 감독은 오프시즌 내내 “두산 베어스다운 야구를 보여주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4월이 지난 현재 김 감독은 이 말을 한 횟수보다 더 많이 두산 베어스다운 야구를 보여줬다.
4월의 모든 일정을 마친 현재 두산은 16승 8패로 단독 선두다. “4월에 1위하는 것이 큰 의미는 아니다. 3연승이나 3연패를 하면 순위가 다섯 계단씩 왔다 갔다 한다. 그런 것보다 젊은 투수들이 4월 중반부터 안정됐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김 감독은 그 의미를 애써 축소했으나 어느 시기든 순위표의 가장 높은 곳에 머무른다는 건 좋은 것이다.
투수진을 보면 사라진 것과 늘어난 것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무리수는 찾아볼 수 없고, 불펜 자원은 많아졌다. 29일 잠실 kt전이 우천 취소된 뒤 더스틴 니퍼트를 하루만 더 미뤘으면 삼성의 천적인 니퍼트를 대구에서 등판시킬 수 있었으나 김 감독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지금은 승부처가 아니다. 순리대로 할 것이다”라는 말로 김 감독은 간단히 이유를 설명했다.

마운드 운용에 무리수가 없다는 것은 지난 시즌과 비교해보면 이해가 쉽다. 전임 송일수 감독은 화요일이 아닌 날에 비가와도 화요일 선발을 일요일에 또 냈다. 그러면서 사이에 낀 5선발은 등판 기회를 계속 잃었다. 니퍼트는 4월까지 6차례나 선발 등판했고, 시즌 초 5선발 요원이었던 이재우는 4월에 단 한 번만 선발로 나섰다. 1선발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무리수에 의해 에이스는 몸이 아팠고(니퍼트 8월 말소), 5선발은 던지지 못해 마음고생이 심했다.
반대로 올해는 4월까지 가장 많이 선발 등판한 선수 3명(유희관, 장원준, 유네스키 마야)의 경기 수가 각각 5경기씩이다. 개막 후 1군에 합류한 니퍼트, 5선발 진야곱의 선발 등판 수는 4경기로 같다. 특정 투수가 무리하는 일 없이 고르게 선발 등판 기회를 얻았다.
불펜 자원도 풍부해졌다. 노경은이 최근 돌아왔고, 기대주 남경호를 발굴했다. 이현승까지 복귀하면 선발과 불펜 모두 강해진다. 김 감독은 노경은 활용법에 관한 질문에 “다음 턴, 길면 2주 뒤까지는 셋업맨 앞에 놓을 것이다”라고 답했다. 이어 “끼가 있다. 인상 깊었다. 볼이 되더라도 타자와 붙으려고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며 남경호를 칭찬한 김 감독은 “추격하는 경기에서 많이 나올 것이다. 계속 테스트해봐야 한다”는 계획도 전했다.
공격 면에서도 주목할 변화가 있다. 이번 시즌 두산 야구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희생번트의 감소다. 송 전 감독과 달리 김 감독은 번트를 최대한 배제하고 있다. “경기 흐름에 따라 대야 할 때는 댄다”는 김 감독이지만, 두산 경기에서는 보내기 번트를 쉽게 보기 힘들다. 두산은 희생번트 7회로 10개 구단 중 번트작전을 가장 적게 활용한 팀이다. 이 부문 1위 한화(32회), 2위 LG(21회)와는 벌써부터 큰 차이다.
공격에서 번트가 줄어든 대신 짜릿한 역전승은 늘어났다. 지난해 두산은 7회까지 뒤진 경기에서 5승 1무 55패로 반전 없는 야구를 했다. 그러나 올해는 4승 5패로 승률 1위다. 2위인 LG(5승 10패)와 비교해도 훨씬 좋다. 두산은 16승 중 절반 이상인 9승이 역전승(이 부문 1위)이고, 선취점을 내준 경기에서 5할 승률(6승 6패)을 지킨 유일한 팀이다.
강해진 뒷심은 ‘두산 베어스다운 야구’의 핵심이다. 두산은 이번 시즌 4번의 연장 승부를 벌여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연장전을 치렀는데, 이 4경기에서도 3승 1패로 결과가 좋다. 지금까지 3번의 끝내기 승리를 맛본 두산은 그 중 두 번을 연장전에서 연출해냈다. 번트라는 타협안 없이 뛰는 야구와 우직한 강공으로 주자를 진루시킨 두산은 접전에서 한 방으로 승리를 낚는 ‘상남자 야구’로 선두 자리에 올랐다. 5월에도 남자의 야구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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