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직구 투수가 아니다. 이제는 변화구를 마음껏 던지는 '팔색조' 투수로 화려하게 진화했다.
한화 우완 안영명(31)이 깜짝 반전을 일으키고 있다. 선발 전환 후 4경기에서 모두 승리투수가 되며 평균자책점 0.42라는 완벽투를 뽐내고 있다. 21⅓이닝을 던지며 1자책점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어느새 다승 부문 공동 1위에 평균자책점까지 1위(1.69)에 올랐다. 명실상부한 리그 최정상급 선발 기록이다.
안영명의 활약이 더욱 놀라운 건 갑작스런 보직 전환에도 흔들림이 없다는 데 있다. 시즌 초반 6경기를 구원으로 던진 안영명은 이태양의 팔꿈치 수술과 나머지 투수들이 기복심한 투구로 인해 엉겁결에 선발로 나왔다. 그런데 이후 4경기 다 이겼다. 한화에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플러스 요소로 작용했다.

안영명은 지난 2009년에도 풀타임 선발로 시즌을 소화한 바 있다. 당시 성적은 26경기 11승8패 평균자책점 5.18. 2008년 이후 류현진을 제외하면 한화에서 유일하게 두 자릿수 승리를 따낸 투수가 안영명이었다. 다만 그해 역대 최다 34개의 피홈런에서 나타나듯 투구 내용 자체가 아주 뛰어난 건 아니었다.
6년 전 선발로 던질 당시 안영명은 강력한 직구와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한 투피치 투수였다. 직구 구위가 좋고 제구가 되는 날에는 위력을 과시했지만, 타자가 치기 좋은 코스로 공이 몰리는 날은 적잖은 실점을 허용했다. 빠른 공과 슬라이더 위주의 단조로운 투구패턴으로 인해 한계점도 뚜렷한 시절이었다.
하지만 올해 안영명은 다르다. 지난해 구원으로 활약할 때만 하더라도 그는 '직구 투수'였다. 특유의 공격적인 투구로 빠르게 승부를 들어가는 직구가 일품이었다. 주위에서는 안영명을 두고 '직구 투수'라고 일컬었다. 그러나 짧은 이닝에 힘을 쏟아 부어야 하는 구원 역할에 충실했을 뿐 변화구도 다듬었다.
선발 전환 후 4경기에서 안영명은 직구 비율이 41.3%로 변화구가 더 많다. 변화구는 주무기 슬라이더(34.6%) 외에도 체인지업(14.3%) 커브(9.0%)를 섞어 던지고 있다. 바깥으로 휘는 슬라이더와 아래로 떨어지는 체인지업 그리고 최저 110km로 타자 타이밍을 흩뜨리는 너클커브도 보여주기 식으로 던진다.
안영명은 "선발로 던지기 시작한 후 변화구 비율을 많이 높이고 있다. 1~2이닝 던지는 구원이라면 힘으로 승부하지만, 선발로는 힘을 쓸 때와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며 "그동안 직구를 많이 던지는 투수였기 때문에 변화구를 요리조리 제구하는 게 지금 상황에 맞는 듯하다"고 달라진 투구스타일을 말했다.
안영명은 날이 더워지면 몸이 풀리고 구속이 더 빨라진다. 시즌 최고 구속은 146km. 볼에 스피드가 붙을 때 지금보다 훨씬 무서운 안영명을 보게 될지 모른다. 물론 피안타율 1할4푼9리 무홈런에서 나타나듯 이미 안영명의 구위는 올라와 있다.
waw@osen.co.kr

광주=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