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화려했던 4월의 마지막은 정진호(27)가 장식했다. 5월부터는 좀 더 자신감을 더한 모습도 기대할 수 있다.
정진호는 지난달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kt wiz와의 경기에서 11회말 2사에 나와 이성민을 상대로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끝내기 홈런을 때렸다. 이 홈런 하나에 두산은 4-3으로 승리하며 3연승해 16승 8패가 됐다. 선두 자리도 유지했다.
2사였기에 출루해도 득점을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 대신 홈런 한 방이면 경기를 끝낼 수 있었다. 이 대목에서 정진호는 ‘타짜 기질’을 발휘했다. “(끝내기 홈런) 직전 공에 파울이 나와 같은 공이 하나 더 들어올 것이라 생각했다”며 정진호는 당시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예상이 적중했고, 결과는 짜릿한 끝내기 승리였다.

정진호는 이번 시즌 안타가 10개뿐이지만 끝내기 과정에 기여하는 안타의 비율이 높았다. 지난 26일 잠실 KIA전 연장 12회말 유민상의 끝내기 희생플라이도 1사에 정진호가 3루타로 포문을 열었기에 가능했다. 접전에 강한 것 같다고 하자 정진호는 “강한 것보다는 상황이 맞아 떨어진 것 같다. 매 타석 집중은 하고 있다”고 전했다.
개막 후 한 번도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지 않고 4월을 보냈다. 주전은 아니지만 제 4의 외야수로 자기 자리를 굳혔다. 정진호는 한 달을 1군에서 보내면서 얻은 것으로 자신감을 꼽았다. “한 경기 한 경기 하면서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는 것이 정진호의 설명이다.
장타가 늘어난 것도 눈에 띈다. 상무 입대 전 통산 110타수에서 2루타 3개 외엔 장타가 없었던 정진호는 이번 시즌 44타수만 소화하고도 홈런 2개 포함 장타가 5개다. 장타가 많아진 비결에 대해서는 “상무에서 운동을 열심히 했고, 전역하고 나서 겨울에도 열심히 했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고 짧게 말했다.
정작 본인은 잘 모르겠다고 했지만, 미야자키 스프링캠프에서의 모습을 떠올리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당시 타격 폼을 조금씩 수정하고 있던 정진호는 “히팅 포인트까지 타이밍을 더 정확하게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될지 생각한다. 상무에서는 다리를 나란히 놓다가 지금은 왼쪽 무릎을 고정하려고 오픈 스탠스를 취하고 팔 위치도 내렸다. 방망이도 어깨에 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항상 연구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조금씩 정진호를 변화시킨 것이다.
경기 막판, 그리고 박빙에 강한 타자가 벤치에 대기하고 있다는 것이 팀에는 큰 힘이 된다. 입단 초기에는 빠른 발이 최대 강점이라는 평가를 받았을 만큼 정진호는 주루 플레이에도 능하다. 끝내기로 주목받았지만 지난달 30일 경기에서도 시작은 대주자였다. 기민한 주루로, 그리고 방망이로 막힌 공격을 뚫어주는 ‘특급 조커’ 정진호가 있어 16승 8패로 단독 선두인 두산은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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