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의 핵심 선발투수인 잭 그레인키(32)가 시즌 초반 무서운 스타트를 끊었다. 자신의 최고 시즌을 만들어 갈 기세다. 자연스레 계약 문제가 시즌 내내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저스가 그레인키를 어떻게 대우할지도 관심사가 됐다.
그레인키는 4월 30일(이하 한국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와의 라이벌전에서 6이닝 동안 7개의 안타와 1개의 홈런을 맞았으나 3실점으로 막고 시즌 4승째를 챙겼다. 평균자책점은 종전 1.35에서 1.93으로 올라갔지만 올 시즌 5번의 등판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클레이튼 커쇼(27)가 없었다면 팀 ‘에이스’의 칭호가 아깝지 않은 활약이다. 오히려 시즌 초반은 커쇼보다 더 ‘에이스’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성적이기도 하다. 30일 경기에서도 경기 초반 다소 흔들렸으나 이내 안정감을 찾고 6회까지 잘 던지며 팀 승리의 기틀을 놨다. 맷 하비(뉴욕 메츠), 펠릭스 에르난데스(시애틀), 마이클 와카(세인트루이스) 등과 함께 메이저리그(MLB) 전체 공동 다승 선두에도 올라섰다.

꾸준함의 상징, 그 모습 그대로다. 2004년 캔자스시티에서 MLB에 데뷔한 그레인키는 2008년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모두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했다. 통산 승수가 127승에 이른다. 큰 부상도 없어 200이닝 이상 시즌이 5번에 이르기도 한다. 2009년에는 16승8패 평균자책점 2.16의 성적으로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하는 등 리그 정상급 투수로 군림하고 있다. 다만 다저스에는 커쇼가 있을 뿐이다.
2013년 시즌을 앞두고 다저스와 6년 1억47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은 그레인키는 모범 자유계약선수(FA)이기도 하다. 2013년에는 15승4패 평균자책점 2.63, 그리고 지난해에는 17승8패 평균자책점 2.71을 기록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팀들을 상대로는 그야말로 ‘킬러’다. 다저스가 올 시즌 선발진의 몇몇 악재에도 불구하고 선전하고 있는 것은 역시 한결 같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레인키의 영향력이 지배적이다.
계약에 대한 관심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레인키는 다저스와 6년 계약을 맺었지만 3년이 지난 뒤 옵트아웃(잔여 계약을 포기하고 FA 권리를 행사)을 선언할 수 있다. 올해가 그 3년의 마지막이다. 때문에 현지에서는 지난겨울부터 “다저스가 그레인키와 미리 연장계약을 맺어야 한다”라는 의견이 높았다. 하지만 연장계약 논의는 구체적으로 진전되지 않았다. 앤드류 프리드먼 다저스 야구부문 사장, 그리고 그레인키는 “시즌 중에는 계약 논의를 하지 않겠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레인키의 현재 계약은 연 평균 2450만 달러 수준이다. 올 시즌 좋은 성적을 낸다면 그레인키는 이 수준에서 만족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이미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 맥스 슈어저(워싱턴)의 대형 계약을 본 터라 더 그렇다. 다시 장기 계약에 연 평균 금액은 더 높게 부를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이런 덩치를 감당할 팀이 많지 않다는 점, 조니 쿠에토(신시내티), 데이빗 프라이스(디트로이트) 등 대체재가 있다는 점에서 그레인키의 시장 가치가 어느 정도에서 형성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선수단 전체의 연봉을 줄여나가는 방향을 잡고 있는 다저스로서도 부담스러운 일이 될 수 있고 프리드먼 사장의 성향도 대형 FA 영입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그레인키와 다저스의 선택은 시즌 중반 이후 다시 한 번 본격적인 재조명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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