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가 4월 목표였던 승률 5할에 성공했다. LG는 지난달 30일 대구 삼성전에서 패하며 주중 3연전 위닝시리즈에는 실패했으나, 시즌 전적 13승 13패로 5월을 맞이한다. 우규민의 이탈과 봉중근의 부진, 저조한 득점권 타율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저력을 발휘했다.
사실 올해도 지난해처럼 잔인한 4월이 반복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지난해 11월 류제국의 무릎수술과 스프링캠프 도중 한나한의 이탈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만큼 악재가 끊이지 않았다.
먼저 우규민이 개막전을 앞두고 수술 부위에 다시 통증을 느끼며 이천으로 내려갔다. 개막전 당일에는 4번 타자 이병규(7번)가 목에 담이 오며 결장했다. 3월 31일 잠실 롯데전에서 고열에도 출장을 강행했던 박용택은 다음날 독감으로 엔트리서 제외되고 말았다. 기대를 걸었던 최승준은 침묵만 반복한 채 2군행을 통보 받았다. 봉중근은 하염없이 추락했고, 루카스 하렐은 시범경기 치르듯 정규시즌에 임했다. 시범경기서 맹타를 휘둘렀던 이병규(9번)는 전력질주 과정에서 다시 다리에 통증을 느꼈다.

이러한 악재 속에서도 LG는 플랜B를 통해 버텼다. 경험 없는 선발투수 세 명으로 선발진을 꾸렸고, 봉중근의 자리에 이동현을 투입해 근근이 마운드를 운용했다. 신예 내야수 양석환과 박지규가 각각 한나한의 공백과 손주인의 부진을 어느 정도 메웠다. 절묘하게 투타 밸런스가 이뤄지지는 않았으나,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역전승(8승)을 기록하며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그러나 점점 한계와 마주하고 있다. 고군분투하던 선발투수들이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소사 외에는 확실히 이닝을 먹어주는 선발투수가 없고, 그러면서 불펜진에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야수진도 신예들의 활약만으로는 벅차다. 베테랑들이 정상궤도에 올라야 한다. 하루빨리 플랜B에서 플랜A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LG가 5월 진격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부분들을 꼽아봤다.
▲ 5선발 트리오, 조금만 더 버텨라
지난 3월 31일 우규민의 이탈이 발표됐을 때만해도, LG는 지난해보다 더 끔찍한 4월을 보낼 것 같았다. 선발진에 진입한 임지섭 임정우 장진용 모두 1군에서 선발투수로 한 시즌을 풀로 소화한 경험이 없는 만큼, 매 경기 고전이 예상됐다. 정상전력이었다면, 세 투수 모두 마지막 다섯 번째 선발투수 자리를 놓고 경쟁했을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대를 모았던 루카스까지 마운드 위에서 감정기복을 보이며 고전했다. 막강한 구위를 지니고 있음에도, 한 순간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흐름을 상대팀에 내줬다. 소사 외에는 확실한 선발투수가 없었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4월 1일 잠실 롯데전에서 임정우가 4⅓이닝 2실점(1자책)을 기록했고, 4월 4일 잠실 삼성전에선 임지섭이 7이닝 노히트로 깜짝 선발승을 거뒀다. 장진용도 4월 9일 시즌 첫 등판에서 5⅓이닝 2실점으로 가볍게 스타트를 끊었다. 세 투수 모두 긴 이닝을 소화하진 못해도, 대량실점을 피하며 경기 중반까지 흐름을 상대에 내주지 않았다.
하지만 임정우가 최근 두 번의 선발 등판서 4이닝 4실점(4월 30일 대구 삼성전), 6이닝 5실점(4월 24일 마산 NC전)으로 흔들리고 있다. 임지섭도 제구난조로 두 경기 연속(4월 22일 잠실 한화전, 4월 28일 대구 삼성전) 조기강판됐다. 장진용만 최근 등판(4월 25일 마산 NC전)서 제 몫을 다했다. 이빨 없이 잇몸으로 버텨왔지만, 경험부족과 상대에 전력분석 앞에서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래도 다행히 류제국과 우규민의 복귀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류제국은 오는 3일 네 번째 퓨처스리그 선발 등판에 임한 후 다음주부터 1군에 합류한다. 오는 8일부터 열리는 kt와 주말 3연전 중 한 경기에 선발 등판할 계획이다. 우규민도 1일부터 퓨처스리그 등판에 나선다. 류제국처럼 3, 4차례 퓨처스리그 경기를 소화한다고 가정하면, 5월 셋째 주부터는 1군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5선발 트리오가 류제국과 우규민이 돌아오기 전까지 한 두 차례 선발 등판만 버텨주면 된다.
▲ 타선 불균형, 중심부터 잡혀야 한다
LG는 클린업이 강한 팀이었다. 지난 몇 년 동안 이병규(9번) 박용택 이진영 정성훈이 중심타선에서 정교한 타격으로 해결사 역할을 했고, 2014시즌에는 이병규(7번)가 4번 타자로 떠올라 맹타를 휘둘렀다. 시범경기까지만 해도 이들 모두 정상 컨디션을 과시하며 변함없는 활약을 예고했었다.
그러나 시즌이 개막하자 모두가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현재 LG 클린업 타율은 10개 팀 중 9번째인 2할5푼에 불과하다. 정성훈 홀로 2번 타순에서 맹활약, 테이블세터 타율만 3할2리로 높다. 급기야 베테랑 부진은 하위타순으로도 이어졌다. 하위타순 타율 2할5푼1리, 7위에 자리하고 있다.
물론 시즌 끝까지 이런 모습이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일단 이병규(7번)가 점점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최근 4경기서 홈런 3개를 터뜨렸고, 지난 4월 23일 대전 한화전부터 1할대 타율에서 벗어났다. 이병규(9번)는 시즌 내내 유독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향했다. 다리 컨디션이 좋아진 만큼, 순식간에 타율을 끌어올릴 확률이 높다. 박용택과 이진영도 언제나 그랬듯, 시간이 지나면 귀신 같이 3할대 타율을 기록하고 있을 것이다.
LG 타선은 베테랑이 중심만 잡아주면, 지난해 보다 나은 공격력을 발휘할 수 있다. 리드오프 오지환이 냉탕과 온탕을 오가면서도 출루율은 3할대 후반을 유지 중이다. 최경철은 유강남과 체력 분배가 되면서 하위타순의 4번 타자로 떠올랐다. 김용의도 이전보다 날카롭게 배트가 돌아간다. 2군에 있는 최승준과 채은성이 스프링캠프에서 보여줬던 모습을 1군 무대에서 재현한다면, 타선의 신구조화도 가능하다.
▲ 불펜진 재건 위해선 봉중근 부활 필수
양상문 감독은 봉중근을 향한 믿음을 놓지 않고 있다. 봉중근이 최악의 부진에 빠졌지만, 봉중근을 2군에 내리지 않고 1군에서 기량 회복을 꾀하는 중이다. 양 감독은 이동현을 임시 마무리투수로 낙점하고, 불펜진도 플랜B가 가동됐다. 봉중근은 부담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등판시키고 있다.
아직 확신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성과는 나왔다. 투구폼을 수정한 봉중근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전서 올 시즌 중 가장 좋은 투구 내용을 보였다. 구속도 2, 3km 올랐고, 특유의 절묘한 코너워크가 살아났다. 스트라이크존 끝에 공을 꽂으며 가뿐하게 1이닝을 소화했다.
봉중근만 정상궤도에 오르면, LG 불펜진은 큰 문제 없이 돌아갈 것이다. 올 시즌 가장 많은 역전패(6패)를 당하고 있으나, 봉중근이 마무리투수로서 마침표만 잘 찍어주면, 지난해처럼 전원 필승조 체제도 가능하다. 이동현은 그 어느 해보다 컨디션이 좋으며 정찬헌과 윤지웅은 지난해보다 한 단계 성장했다. 김선규도 반전에 성공했고, 신재웅도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구속이 올라오고 있다.
▲ 한나한, 마지막 퍼즐될 수 있을까?
결국 가장 큰 변수는 한나한이다. 종아리 통증으로 1월말부터 재활에 들어간 한나한은 아직도 이천에 머물고 있다. 빠르면 이주 내로 올해 첫 실전에 나설 예정인데, 그 누구도 한나한의 100% 컨디션 회복을 장담하지 못하는 상태다. 100만 달러 고액 연봉자라 교체를 결정하기도 힘들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한나한이 100% 몸 상태로 경기에 나서, 수비에선 3루수로, 타석에선 6번 타순에서 해결사 역할을 하는 것이다. 현재 LG는 정성훈과 양석환이 3루수로 나서고 있고, 6번 타순에는 매일 변화를 주고 있다. 고정되지 못한 만큼, 완벽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 5월에도 진전이 없다면, LG 구단도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대로라면 3루 수비와 6번 타순 모두 붕괴된다. LG는 개막 2연전 두 번째 경기서 브렛 필에서 끝내기 홈런을 맞은 것을 시작으로, 꾸준히 상대팀 외국인 타자에게 당하고 있다. 시즌 내내 대포 없이 전장에 나설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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