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희망이 담긴 시즌 초반이지만 누구에게나 희망이 찾아오는 것은 아니었다. 미국과 일본에서 한국야구의 위상을 걸고 뛰는 해외파 6명의 선수들에게 그랬다. 어느 선수는 쾌조의 출발을 한 반면, 어떤 선수는 부진한 출발으로 5월을 기약해야 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뛰는 3인방(류현진 추신수 강정호), 그리고 일본프로야구(NPB)에서 뛰는 3인방(오승환 이대호 이대은)의 4월이 끝났다. 모두 제 각기 사정으로 많은 관심을 받으며 시즌을 시작했지만 4월 성적은 극과 극이었다. 오승환(33, 한신)과 이대은(26, 지바 롯데)은 더할 나위 없는 출발을 했다. 강정호(28, 피츠버그)는 악조건 속에서 희망을 쏘아 올렸다. 그러나 이대호(33, 소프트뱅크)는 다소간 아쉬움을 남겼고 추신수(33, 텍사스)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류현진(28, LA 다저스)은 아직 스타트 라인에서도 서지 못했다.
▲ 최악 부진 추신수, 강정호는 분전

추신수의 4월은 너무나도 잔인했다. 4월 한 달간 타율이 9푼6리에 그쳤다. MLB 최하위 성적이다. 스스로도 “이렇게 야구가 안 된 적이 없다”라고 답답해 할 정도다. 결국 텍사스 역사상 가장 3·4월에 가장 부진한 성적을 낸 타자로 불명예의 이름을 올렸다. 시즌 초반 갑자기 찾아온 등 통증이 하나의 원인으로 지적되나 기본적으로 심리적인 부분에 문제가 있다는 게 자신과 현지 언론들의 진단이다. 5월부터는 새로운 마음으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에 비해 강정호는 분전했다. 백업으로 시작해 출전시간이 들쭉날쭉한 가운데에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최대한 살리고 있다. 4월 마지막 경기였던 30일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서는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 2타점 1도루의 맹활약을 펼치기도 했다. 현지 언론의 시선도 확 바뀌고 있는 중이다. 13경기에서 타율 2할6푼9리, 6타점을 기록하며 서서히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최악일 수도 있었던 환경을 스스로의 힘으로 슬기롭게 풀어나갔다.
팬들에게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스타인 류현진은 아직 시즌을 시작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스프링캠프에서 어깨 통증이 생겨 지금까지 재활 중이다. 당초 한 달 정도면 재활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이었으나 예상보다 페이스가 더뎌 지금은 5월 말, 혹은 6월 초 복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통증이 사라졌고 스스로도 완벽한 재활을 위해 땀을 흘리고 있는 만큼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모두가 류현진의 건강한 복귀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 오승환-이대은, 일본에 떨친 한국 마운드 힘
오승환은 건재했다. NPB 진출 이후 첫 해 센트럴리그 구원왕에 오른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NPB의 집중견제가 예상돼 우려의 시선도 있었으나 돌부처는 전혀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다. 소속팀 한신의 시즌 초반 성적이 좋지 않지만 오승환은 발군의 기량으로 팀의 뒷문을 지키고 있다. 13경기에서 9번의 세이브를 따냈고 평균자책점은 1.29에 불과하다. 센트럴리그 구원 부문 공동 선두로 2년 연속 구원왕 등극을 위한 완벽한 발걸음을 뗐다.
지난해와는 다르게 투심패스트볼, 포크볼 등 새로운 무기를 장착하며 빠른 공과 슬라이더만을 노리고 있는 타자들의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몸이 풀리는 유형이라 앞으로를 더 기대할 만하다는 평가다.
마이너리그 생활을 청산하고 일본무대에 입성한 이대은도 시즌 초반 기대 이상의 페이스를 선보이고 있다. 지바 롯데의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꿰찬 이대은은 첫 5경기에서 23이닝을 던지며 4승, 그리고 평균자책점 3.16을 기록하고 있다. 다승 부문에서 공동 2위, 평균자책점은 18위다. 기대치가 그렇게 크지 않았던 만큼 팬들의 놀라움도 계속 커지는 중이다. 이 페이스라면 한국프로야구의 스타들도 쉽게 접근하지 못했던 10승 달성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반면 이대호는 만족할 수 없는 4월을 보냈다. 올 시즌 구도 신임 감독의 구상에서 4번이 아닌 5번 타자로 기용되고 있는 이대호는 26경기에서 타율 2할2푼1리, 4홈런, 11타점에 그쳤다. 4월 초에는 극심한 타격 슬럼프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연속 경기 홈런을 터뜨리는 등 점차 타격감이 살아나고 있는 모습으로 5월 이후를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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