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 다 왼손 잡이네".
30일 대구 삼성-LG전이 열리기 전 대구구장. 류중일 삼성 감독은 타격 훈련을 마치고 덕아웃을 향해 걸어오는 구자욱, 우동균, 박해민 등 좌타자들을 바라보며 한 마디 던졌다. 류중일 감독은 "오른손 잡이가 많은데 오른손 타자가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 왜 인위적으로 우타에서 좌타로 바꾸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야구는 기본적으로 왼손잡이가 희귀한데다 타자는 오른손 투수의 공을 마중 나가듯 공략할 수 있고 투수는 투구폼을 통한 타이밍, 투구 궤적의 희귀성으로 높게 평가받는다.

이 뿐만이 아니다. 왼쪽 타석에 서면 오른손 투수가 던지는 공이 시각적으로 잘 보이는 이점이 있다. 그리고 타석에서 1루까지 거리가 오른손 타자보다 가깝기 때문에 내야 안타를 생산하는데 도움이 된다. 1루 및 외야 수비만 소화 가능한 일반 좌타자와 달리 포지션 제한도 없다.
그러나 개인차를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오른손잡이를 좌타자로 전향시켰다가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주된 손이 아닌 만큼 좌타석에서 우타석만큼 힘을 내뿜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 그래서 아마추어로 눈을 옮기면 적응 실패로 오른손 타자로 돌아가거나 아예 야구를 접는 경우를 의외로 자주 볼 수 있다.
류중일 감독은 "최형우(삼성)를 비롯해 박용택(LG), 김현수(두산), 손아섭(롯데) 등 우투좌타 성공 사례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정확성이 떨어지고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며 "예를 들어 평소 사용하지 않는 손으로 다트를 던지거나 고스톱을 칠때 반대 손으로 패를 돌리면 얼마나 어색한가. 정확성이 떨어지니 타율이 좋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마도 이치로 스즈키(마이애미)의 영향을 많이 받아 우투좌타가 급증한 것 같다. 우리 팀만 하더라도 최형우, 박해민, 박찬도, 우동균, 구자욱 등 우투좌타 자원이 풍부하다".
그러다 보니 우타 거포의 희소성이 더욱 높아졌다. 류중일 감독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우타 거포의 희소성은 높다"고 말했다. 마땅한 우타 대타 자원이 없어 고심에 빠진 류중일 감독은 무분별한 우투좌타 양산되는 현실이 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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