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홈런 앞둔 이승엽, '겸손과 배려'는 여전했다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5.05.01 13: 00

겸손과 배려. '국민타자' 이승엽(삼성)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포츠 스타 가운데 한 명이지만 항상 자신을 낮춘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옛 속담처럼. 이승엽은 시즌 목표에 대한 물음마다 "한국시리즈 우승은 삼성 선수단의 목표이자 팬들에 대한 의무"라고 대답한다. 이승엽의 인품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승엽은 지난달 30일 대구 LG전서 시즌 7호 아치를 쏘아 올렸다. 6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한 이승엽은 5-3으로 앞선 5회 2사 주자없는 가운데 LG 세 번째 투수 김선규의 2구째 커브(119km)를 잡아 당겨 오른쪽 펜스를 넘기는 솔로 아치로 연결시켰다. 시즌 7호째. 이로써 개인 통산 400홈런 달성에 3개를 남겨 뒀다.

대기록 달성을 향해 한 걸음 더 다가갔지만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안타 하나 치려고 노력했는데 5일 만에 나왔다. 야구가 참 어렵다. 금방 될 줄 알았는데 긴장을 푸는 순간 밸런스가 무너졌다. 홈런도 안타다. 안타가 나와 다행이다. 그만큼 좋지 않았는데 내일부터 새로운 팀과 3연전이 시작되는 만큼 반성해야 할 부분은 반성하고 잘 준비하겠다".
그리고 이승엽은 "400홈런 세리머니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세리머니라는 게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지 인위적으로 하는 건 아니다. 혹시 덕아웃 안에 들어오면 기뻐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이승엽은 홈런 세리머니와는 거리가 멀다. 그토록 많은 홈런을 치고도 무덤덤할 만큼이나 감정 표현을 하지 않는다. 언젠가 이승엽에게 세리머니를 하지 않는 이유를 물어본 적이 있다. 그는 "어릴 적부터 상대팀에 자극을 주지 마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홈런을 많이 치면서 세리머니를 하지 않는 게 몸에 익었다. 하고 싶어도 안 나온다"고 대답했다.
양상문 LG 감독은 28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이승엽은 참 겸손한 선수다. 몸에 맞는 공에도 인상 한 번 찌푸리지 않는다"며 "칭찬할 부분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고 찬사를 보냈다.
이승엽은 이날 경기에서도 7회 LG 세 번째 투수 김선규에게서 몸에 맞는 공을 얻었다. 이번 역시 그의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 변화가 느껴지지 않았다.
"사람이다보니 실수할 수 있다. 그리고 고의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일을 크게 만들 이유는 없다. 야구장을 찾은 관중들 뿐만 아니라 TV 중계를 지켜보는 어린이에게도 결코 좋은 모습이 아니다. 예전에 실수를 경험하면서 느낀 게 있다".
그는 대포 가동 재개보다 안타 생산에 더 의미를 뒀다. "타격감이 좋지 않았는데 오늘 경기를 계기로 좋은 느낌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400홈런은 의식하지 않는다. 평소와 다를 바 없다. 1개 남으면 실감나지 않을까. 다른 것보다 오늘 경기를 계기로 타격감을 되찾고 싶다". 
실력과 인품 모두 갖춘 이승엽다운 소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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