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분위기 쇄신을 위해 1군 엔트리에 비교적 큰 폭의 변화를 줬다. 그렇게 1군에 올라온 네 명의 선수에게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아직까지 1군에서 특별히 보여준 것이 없기에 더 절박하다. 간절함을 앞세운 네 선수가 SK에 새 바람을 일으킴과 동시에 자신들의 입지도 넓힐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SK는 28일 인천 NC전을 앞두고 베테랑 내야수 나주환을 2군으로 내려 보냈다. 공·수 양면에서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 때문이었다. 대신 1군 출장 경력이 2012년 2경기에 불과했던 최정민(26)을 1군에 올렸다. 29일에는 세 명의 선수를 한꺼번에 바꿨다. 타격이 부진했던 간판타자 박정권을 비롯해 임훈 허웅을 2군으로 보내고 김재현(28) 박윤(27) 김민식(26)을 콜업했다. 분위기 쇄신 차원이었다.
1군에서 부진했던 베테랑 선수들에게는 2군에서 회복의 시간을 주고, 대신 2군에서 좋은 감을 이어가고 있었던 선수들을 1군에 올려 팀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들을 대신해 1군에 올라온 네 명은 1군 경력이 많지 않은 선수들이다. 그나마 빠른 발을 가지고 있어 대주자로 많이 활용됐던 김재현이 통산 182경기 출전을 한 정도다. 박윤은 23경기가 전부였고 김민식은 1군 경험이 단 한 경기도 없었다.

그래서 모험이라는 말도 나왔다.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올라와 단번에 제 몫을 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손해만 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첫 경기부터 효과는 나타났다. 박정권의 몫을 대신한 박윤은 공격에서는 멀티히트, 그리고 수비에서는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며 팀의 1루를 든든하게 지켰다. 김민식은 대타로 출전해 프로데뷔 1군 첫 출장에서 첫 안타를 신고했다. 최정민은 28일 경기에서 선을 보였고 김재현도 조만간 출장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무기는 절박함이다. 왕조를 이뤘던 SK의 두꺼운 선수층에서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던 선수들이다. 입단 이후 유망주 꼬리표만 달고 다녔다. 올 시즌 초반에도 이들을 주목해서 보는 사람은 몇 없었다. 김재현과 김민식은 시범경기 이후 2군으로 내려갔다. 1군 엔트리 진입 기회를 코앞에서 놓친 아쉬움이 컸다. 박윤과 최정민은 오키나와 2차 캠프에도 합류하지 못한 선수들이었다. 1군에서 중용될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2군에서 땀을 흘린 결과 김용희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낙담하지 않고 열심히 뛴 보람이 있었다. 특히 김민식은 2군 21경기에서 타율 3할3푼3리, 2홈런, 21타점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박윤도 2군 17경기에서 타율 3할6리, 2홈런, 10타점으로 감이 좋은 상황이었다. 공격력 강화를 꾀했던 김용희 감독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성적일 수밖에 없었다.
아직 확고한 1군 선수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네 선수 모두 장점이 있다. 박윤은 타격 재능은 항상 인정받던 선수였다. 포지션이 겹치는 박정권의 아성을 넘는 데 번번이 실패했지만 올해를 앞두고는 10㎏ 정도를 불리며 파워 증강에 힘을 쏟았다. 정확도를 갖추고 있는 중·장거리포다. 포수지만 왼손타자고 여기에 공격력이 있는 김민식은 경기 후반 대타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정상호 이재원보다는 상대적으로 발이 빨라 두 선수를 대체하는 대주자로도 투입할 수 있다.
팀 내 최고 준족 중 하나인 김재현은 스위치 히터다. 시범경기까지는 왼쪽 타석에 집중했지만 최근 들어 다시 오른쪽 타석에도 들어서기 시작했다. 좌타자 일색인 SK의 외야에서 다른 옵션을 제공할 수 있는 선수로 기대가 크다. 최정민은 공·수·주 모두에서 준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내야 기대주로 상무에서 기량이 부쩍 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2군에서는 박계현 박승욱(현재 군 입대)과 함께 내야 최고 기대주로 불렸었다.
물론 주축 타자들의 컨디션이 올라오면 이들은 다시 2군에 내려가야 하는 신세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제각기 장점을 살리며 “1군에서 살아남겠다”라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이런 패기가 덕아웃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팀 분위기는 제법 바뀔 수 있다. 더군다나 김용희 감독은 2군 감독으로 재직하던 시절 이 선수들을 모두 지켜봤던 경험이 있다. 장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30일 경기에서 연패를 끊은 SK가 신입 4인방의 효과를 더 오래 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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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 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