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4월’ 추신수, 봄바람아 불어다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5.01 11: 21

최악의 4월을 보냈다. 자칫 시즌을 망칠 수도 있는 성적이었다. 하지만 시즌은 아직 한참이 남아있다. 이유를 설명하기 힘든 부진에 빠져 있는 추신수(33, 텍사스)의 5월에 봄바람이 기다리고 있을지 많은 팬들의 관심이 몰려 있다.
추신수는 4월 한 달 동안 타율 9푼6리를 기록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최악의 침체였다. 규정타석에서 빠졌지만 이 기록은 한 때 메이저리그(MLB) 최하위 성적이었다. 불명예도 추가됐다. 텍사스 구단 역사상 최악의 4월을 보낸 선수로 기록됐다. 50타수 이상을 소화한 선수 중, 역대 텍사스 선수 중 3·4월 성적이 가장 좋지 않았던 선수는 1988년의 래리 패리시(.115)였다. 그러나 올해 추신수가 이보다 더 좋지 않은 성적을 냈다.
MLB 전체로 시선을 넓혀 봐도 유례를 찾기가 쉽지 않은 극심한 침체였다. 1914년 이후 60타석 이상에 들어선 선수 중 3·4월 성적이 1할이 안 되는 선수는 12명 뿐이었다. 2000년대 이후로는 2명(그렉 본, 루이스 크루스) 뿐이었다. 그런데 추신수가 이 명단에 포함됐다. 믿을 수 없는 일에 선수 스스로는 물론 구단, 그리고 팬들까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시즌 초반 갑자기 찾아온 등 통증을 핑계로 삼을 수는 있다. 하지만 추신수 스스로는 기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큰 문제가 없음을 이야기했다. 결국 심리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추신수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좋지 않을 때는 모든 공들이 지저분하게 보인다”라며 최근의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좀처럼 제대로 맞지 않는 타격에 스스로 큰 부담을 느꼈고 결국 악순환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너무 의욕적으로 시즌을 시작한 것이 독이 됐다는 평가다. “잘해야겠다”라는 심리적 강박관념이 오히려 추신수의 눈을 멀게 만들었다. 지난해 스트라이크존 안으로 들어오는 공에 대한 컨택 비율이 84.9%였던 추신수는 올해 78.1%로 떨어졌다. 반대로 스트라이크존 바깥으로 나가는 공에 대해 방망이를 내는 횟수가 늘어났다. 지난해 57.9%였던 이 비율은 올해 69.2%까지 올라갔다.
여기에 빠른 공에 대한 대처가 되지 않았다. 추신수는 올해 포심패스트볼을 18번 공략했는데 단 하나도 안타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내야땅볼 비율도 치솟았다. 54.1%인데 통산(46.9%)보다 훨씬 높다. 모든 통계를 봐도 추신수가 뭔가 귀신에 홀린 듯한 4월을 보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하지만 기본적인 기량이 있는 타자다. 팀의 믿음도 굳건하다. 바닥을 쳤으니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기대도 읽힌다. 5월부터는 새로운 마음으로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추신수는 5월 통산 타율이 2할6푼8리로 6월(.268)과 함께 월별 타율 중 가장 낮았다. 여름에 숨을 고르고 가을부터 폭발적으로 치고 나가는 양상이 많았다. 그런 측면에서 5월은 기회이자 위기다. 그래도 확실한 것은 더 떨어질 곳이 없다는 점이다. 추신수가 다시 힘차게 달려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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