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에 비유되는 외국인 선수 영입전에서 어김없이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아쉬운 정도의 팀도 있지만 심각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팀들도 있다. 5월에는 ‘외국인 두통’에서 해방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KBO 리그 전체 판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올해도 30명이 넘는 외국인 선수들이 KBO 리그의 문을 두드린 가운데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수준은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해설위원은 “올 시즌 초반 타고투저의 흐름이 다소 완화된 것은 외국인 투수들의 수준이 높아진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라고 말할 정도다. 그러나 모두가 만족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위권으로 갈수록 고민의 정도는 더 심해진다.
첫 25경기에서 3승22패라는 최악의 성적을 낸 kt는 외국인 투수 두 명이 문제다. 앤디 시스코, 그리고 필 어윈이 전혀 자기 몫을 못하고 있다. 두 선수 모두 아직 한국무대 승리가 없다. 시스코는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7.89, 어윈은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7.85다. 그나마 크리스 옥스프링(1승3패 평균자책점 3.48)이 분전하고 있지만 나머지 두 선수의 부진에 힘이 빠진다.

kt는 교체까지 염두에 두고 다각도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시스코가 ‘0순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다. 다만 쓸만한 외국인 선수들이 시장이 풀리는 시기가 아니라 고민이 크다. 이왕이면 더 좋은 선수를 영입해야 현재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만큼 두 선수는 당분간 더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있다. 시스코와 어윈이 퇴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관심이 크다.
9위 NC는 에이스로 손꼽혔던 찰리 쉬렉의 부진이 뼈아프다. 2013년 11승, 지난해 12승을 거두며 표면적인 100만 달러 외국인이 된 찰리는 올 시즌 첫 6경기에서 2승3패 평균자책점 5.28의 저조한 성적을 내고 있다. 구심점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8위 KIA는 두 외국인 투수(조시 스틴슨, 필립 험버)의 내용이 그다지 좋지 않아 역시 고민이 있다. 스틴슨은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이 5.34, 험버는 5.23이다. 교체를 단행할 타이밍은 아니지만 5월까지도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도 있다.
서울권 3팀은 외국인 타자에 모두 고민이 있다. 잭 한나한(LG)은 부상으로 아직도 뛰지 못하고 있다. 5월에는 돌아올 수 있다고 하지만 아직 복귀 일정은 미정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벤치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잭 루츠(두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제대로 된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채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갔다. 브래드 스나이더(넥센)는 극심한 타격 부진에 역시 2군행을 지시받았다. 세 선수 모두 5월에 반등과 복귀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살생부에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
한화도 나이저 모건이 타격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갔다. ‘튀는 성격’ 자체도 김성근 감독이나 팬들의 정서와는 다소 맞지 않는다는 평가다. “극적인 반등이 없는 이상 퇴출되지 않겠는가. 시점이 문제”라는 이야기도 있다. 쉐인 유먼, 미치 탈보트의 활약도 쏙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 “한화가 외인 교체로 승부를 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SK는 트래비스 밴와트가 경기 중 타구에 맞는 불운으로 2군에 내려가 있다. 시즌 출발이 썩 좋은 편은 아니라 역시 우려가 있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팀은 세 신입 외국인이 그럭저럭 좋은 스타트를 끊은 롯데, 그리고 지난해 챔피언 삼성이다. 하지만 외인 선수들이 얼마나 꾸준히 활약을 하는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초반에 반짝 하다가도 중반 이후 처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10개 팀 모두가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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