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의 합작 금메달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쉬신-양하은(대한항공) 조가 2015 쑤저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혼합복식 결승에 진출했다. 한중연합으로 탄생한 최강의 혼합복식조다. 지난달 30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준결승전에서 쉬신-양하은 조는 홍콩의 웡춘팅-두호이켐 조를 맞아 일방적인 승부를 펼친 끝에 4-1(11-6 11-5 9-11 11-5 11-9)로 승리를 거뒀다..
남자탁구 세계랭킹 2위 쉬신은 그야말로 최강 공격력의 소유자다웠다. 어느 코스 어느 구질의 볼도 본인의 공격으로 소화해냈다. 4강까지 올라오는 동안 제 몫을 충분히 해냈던 양하은은 메달색이 결정되는 승부처에서 조금 긴장한 모습을 보였지만 쉬신의 든든한 뒷받침 속에 곧 안정을 되찾았다. 기 중반 이후부터는 또박또박 결정구를 가져가는 모습을 보였다.

한중연합 복식조는 국제탁구연맹(ITTF)의 색다른 구상으로부터 출발한 조합이다. 중국의 메달독식으로 갈수록 떨어지는 탁구인기 때문에 고민하던 ITTF는 탁구의 재미와 인기를 끌어올리는 흥행요소로 남녀 복식과 혼합복식 운영 방식에 적극적인 변화를 꾀했다. 각기 다른 나라 선수들이 짝을 이룰 수 있는 ‘스페셜 복식조’의 출전을 허용했다. 이전까지 다국적 연합조의 출전은 일반 오픈대회에서만 가능했던 일이다.
그에 따라 쉬신-양하은 조 외에도 남자복식 마롱-티모 볼 조, 여자복식 엘리자베타 사마라(루마니아)-게오르기나 포타(헝가리), 리샤오단(중국)-콤 난타나(태국) 조 등 다국적 연합조들이 이번 세계대회에서 활약했다. 중국은 여자선수 첸멍도 프랑스의 엠마누엘 르베송과 함께 조를 꾸려 혼합복식에 출전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스페셜 복식조들의 성적이 좋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파트너 간의 소통문제와 같은 국적 선수들에 비해 응집력이 떨어진 탓이다. 4강 이상까지 살아남은 조는 혼합복식 쉬신-양하은 조가 유일했다.
쉬신-양하은 조는 처음부터 우승을 목표로 삼고 뛰었다. 첫 만남의 순간부터 서로의 의지를 확인했고, 쉬신의 가공할 공격력과 양하은의 부드러운 연결력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대진운도 나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러시아, 독일 등 유럽 조들을 주로 상대했고, 복식에 강점을 보이는 아시아권 상대는 준결승전에서 만난 홍콩 선수들이 유일했다. 중국어로 소통이 가능한 안재형-류궈량 코칭스태프의 조언도 큰 힘이 됐다. 까다로운 홍콩 선수들과의 시합에서도 별다른 고비를 만나지 않았다.
양하은은 준결승전 직후 인터뷰에서 “파트너만 믿고 의지하려 하면 오히려 실수가 나오기 때문에 가능하면 적극적으로 공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실 쉬신과 함께 훈련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이전까지 접해보지 못했던 회전을 직접 경험하면서 내 탁구에 대한 생각도 달리하고 있다. 이런 기회가 주어진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4강전에서는 초반에 이상하리만큼 뜻대로 풀리지 않았는데 쉬신이 잘 받쳐줬다. 중반부터는 생각했던 탁구가 되기 시작했다. 결국 이겼고 이젠 결승만 남았다. 여기까지 온 만큼 우승으로 마무리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스페셜 복식조에 대한 반응이 긍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엄청난 경쟁을 동반하는 국가대항전 성격의 세계선수권대회를 이벤트화 시켰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있다. 그러나 이왕에 주어진 기회라면 제대로 살려내는 것이 더 현명한 일이다. 양하은도 “쉬신과 함께 훈련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이전까지 접해보지 못했던 회전을 직접 경험하면서 내 탁구에 대한 생각도 달리하고 있다. 이런 기회가 주어진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쉬신-양하은 조는 이제 마지막 결승전에서 일본의 요시무라 마하루-이시카와 카즈미 조를 상대한다. 일본 선수들은 16강전 이상수-박영숙(한국), 8강전 박신혁-김혜성, 4강전 김혁봉-김정 조까지 ‘코리아’ 선수들을 연달아 이기고 올라왔다. 특히 열세로 전망됐던 4강전에서 두 파트너가 원활한 호흡을 선보이며 예상 밖의 4-2(11-8 5-11 11-6 10-12 11-7 11-4) 쾌승을 거뒀다. 이미 목표 이상을 달성하며 사기도 높다. 쉬신과 양하은이 이들을 어떻게 상대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양하은 개인적으로는 금메달을 노리던 이상수-박영숙 조의 패배에 대한 대리설욕이라는 과제도 주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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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탁구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