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특급 불펜 박정진(39)이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방망이를 들고 타석에 들어섰다. 결과는 유격수 땅볼이었다.
박정진은 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롯데와 원정경기에서 7회초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5번째 투수로 구원등판했다. 장성우를 3루 땅볼로 잡고 이닝을 끝낸 박정진은 7회말 2사 후 9번타자로 타석에 나섰다.
당초 9번 타순은 좌익수 송주호의 자리였다.그러나 5회 이성열이 대타로 나섰고, 6회에는 김태완이 대타로 출장했다. 2번 2루수 정근우가 강경학, 7번 포수 정범모가 조인성으로 바뀐 가운데 마지막 남은 야수 한상훈도 6회 8번 유격수 권용관 타석에서 대타로 나왔다.

결국 7회초 수비부터 9번 타순에 투수를 넣었다. 처음에는 정대훈이었지만 박정진이 구원으로 올라오며 타석의 기회를 맞게 됐다. 박정진은 지난해까지 총 20경기를 야수로 이름만 들어갔을 뿐 타석에는 나오지 않았다. 지난 1999년 프로에 데뷔한 후 처음 헬멧을 쓴 채 방망이를 들고 타석에 나왔다.
오른 다리에 보호대를 끼고 박정진이 타석에 들어서자 대전 홈관중들도 깜짝 놀랐다. 이어 환호를 보내며 그의 타격을 지켜봤다. 상대 투수는 롯데 우완 이인복. 좌타석에 들어선 박정진은 초구 142km 볼을 골라냈다. 2구 141km 직구가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했고, 3구 140km 낮은 직구에 방망이가 헛돌았다. 이어 4구 145km 바깥쪽 높은 직구는 파울로 '커트'했다.
이인복은 5구도 144km 직구를 택했고, 박정진의 방망이가 날카롭게 돌았다. 타구는 투수 이인복을 맞고 유격수 문규현 쪽으로 튀었다. 박정진은 1루로 전력 질주했지만 문규현의 1루 송구가 조금 더 빨랐다. 1루에서 아쉽게 아웃됐지만 관중들은 뜨거운 환호로 박정진의 투혼에 박수를 보냈다.
박정진은 1루에서 헬멧과 보호대를 벗고 8회초부터 다시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졌다. 보기 드문 진풍경에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는 또 한 번 뜨겁게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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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