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듀오' 백승호(18)와 이승우(17)가 함께 뛰는 걸 볼 수 있을까.
안익수 감독이 이끄는 18세 이하(U-18) 축구대표팀은 지난 1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서 열린 2015 수원JS컵 국제청소년축구대회 2차전서 벨기에 U-18과 0-0으로 비겼다.
한국은 지난달 29일 우루과이 U-18과 1차전서 이동준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이날 무승부를 더해 1승 1무를 기록한 한국은 오는 3일 프랑스 U-18과 최종전을 벌인다.

백승호와 이승우는 국내 팬들에게 마지막 무대를 앞두고 있다. 둘은 이번 대회가 끝나면 다시 바르셀로나로 날아가 쟁쟁한 유망주들과 경쟁을 이어간다. 국내 팬들의 시선에서도 당분간 멀어지는 셈이다.
백승호와 이승우는 이번 대회서 많은 시간을 부여받지 못했다. '형님' 백승호는 우루과이전서 교체로 18분을 소화했다. 벨기에전은 고작 1분을 뛰었다. '아우' 이승우는 그마나 나았다. 두 경기 모두 60분이 조금 넘는 시간을 부여받았다.
안익수 감독을 향한 팬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벨기에전이 도화선이 됐다. 백승호는 정규시간 종료 1분을 남기고 후반 44분이 돼서야 투입됐다. 팬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포털사이트엔 아쉬움을 넘어 비난 글이 빗발쳤다.
안 감독은 명백한 이유를 밝혔다. "백승호와 이승우도 우리 선수들의 일부다. 그 안에서 훈련하고, 당일 컨디션이나 여러가지 상황을 체크하고 공정하게 경기에 나서야 한다. 벤치에 있는 선수들도 있고, 관중석에서 다음을 기약하는 선수도 있다."
그는 이어 "승호와 승우가 바르사 공식 경기에 출전하지 못해서 그런지 훈련량이 많지 않았다. 바르사에 직접 가서 승우나 승호가 어떤 환경 속에서 훈련을 하는지 체크해서 상황을 배려하고 발전적으로 가는 게 과제다. 특별히 두 선수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고심해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안 감독의 고민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백승호와 이승우는 바르사가 유소년 이적 규정 위반으로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징계를 받아 올해까지는 소속팀 공식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당연히 다른 선수들보다 실전 감각이 떨어진다. 안 감독도 이를 배려했다. 동료들보다 한 살 어린 이승우의 실전 감각을 끌어올려주기 위해 매 경기 선발 기회를 줬다.
다만 아쉬운 건 백승호 활용이다. 백승호는 이승우와는 달리 동료들과 같은 나이대다. 함께 호흡을 맞췄던 이들이고 이승우보다 동료들을 더 잘 알고 있다. 한국은 벨기에전을 잘 풀었지만 최전방과 2선에서의 연계 플레이가 2% 부족했다. 경기는 0-0 무승부였다. 골이 필요했다. 패스와 득점력이 좋은 자원의 투입이 절실했다. 패스와 침투, 결정력에 모두 능한 백승호 카드는 안성맞춤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추가시간을 포함해도 5분이 되지 않았다. 백승호는 이미 우루과이전서 18분만 뛰며 날카로운 패스로 능력을 증명한 바 있다.

또 다른 아쉬움은 바르사 듀오의 동반 출격 무산이다. 백승호와 이승우는 축구 명문 대동초 선후배로 연을 맺었다. 백승호가 국내 무대를 평정한 뒤 바르사에 입단한 뒤 이승우가 선배의 길을 뒤따랐다. 둘은 스페인에서 함께 성장하며 유스 팀의 최종 단계인 바르사 후베닐A까지 진출했다. 이제 남은 건 2군 무대인 바르사 B팀 입성이다. 그 뒤엔 리오넬 메시, 네이마르 등이 뛰는 꿈의 무대가 기다리고 있다.
과거에도 한국의 유망주들이 유럽 유스 팀에서 뛴 적은 있었지만 바르사 만큼 손가락 안에 꼽히는 팀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경우는 없었다. 어쩌면 국내 팬들의 기대는 당연했다. 둘이 함께 그라운드를 누비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흐뭇할 것이다. 백승호의 도움을 이승우가 골로 마무리하는 장면을 기대할 수도 있다. 어찌 됐든 바르사의 미래인 백승호와 이승우가 함께 뛰는 모습을 두 눈으로 보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기대와 희망은 실망과 아쉬움으로 돌아왔다. 백승호와 이승우는 이번 대회서 단 1분도 함께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2경기 모두 출전 시간대가 엇갈렸다. 백승호가 교체로 나온데다가 출전 시간이 극도로 적었던 탓이다. 백승호는 "감독님이 결정하시는 것이라 문제는 없다"고 말했지만 그의 표정은 어두웠다.
이제 최종 무대만이 남았다. 국내 팬들 앞에서 둘의 호흡을 보여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이번 대회는 박지성이 이사장으로 있는 JS 파운데이션이 주최한 친선대회다. 안익수 감독의 마지막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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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