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 수비, MLB 진출 플러스요소 아니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5.05.02 13: 00

“병호의 1루 수비는 메이저리그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넥센 히어로즈 염경엽 감독이 박병호의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을 높게 봤다. 염 감독은 지난 1일 잠실 LG전에 앞서 박병호가 타격 외에 부분에서도 스카우트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먼저 염 감독은 스카우트의 입장에서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염 감독은 현대와 LG에서 외국인 스카우트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막강 홈런타자 브룸바와 페타지니 등을 영입하며 중심타선을 한 층 두텁게 만들었다. 염 감독은 “클린업 트리오에 들어갈 타자를 영입하는 데 있어 시작점은 타율과 타점이었다. 나머지 기록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먼저 최근 3년 타율·타점으로 리스트를 뽑은 후 메카닉과 스킬을 유심히 살펴봤다”고 스카우트 시절을 돌아봤다.

그러면서 염 감독은 스카우트 입장에서 박병호를 평가했다. 염 감독은 “병호의 파워는 이미 평가가 끝난 부분이다. 작년에 홈런 50개를 치지 않았나. 스카우트들도 파워는 인정한 상태로 병호를 보고 있을 것이다”며 “병호의 1루 수비는 메이저리그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병호 스스로도 수비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스카우트들이 병호가 수비시 얼마나 부지런히 움직이는지 다 볼 것이다. 현재 병호의 1루 수비는 우리나라 누구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며 박병호의 수비력에 가산점을 줬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선 타격만큼이나 수비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KBO리그와 달리 투고타저 경향이 강해지면서 최소실점을 승리공식으로 세운다. UZR, 디펜시브 WAR 등의 지표를 통해 수비력을 평가한다. 포지션에 따라선 타율 홈런 타점 도루보다 수비 지표에 가중치를 두기도 한다.
하지만 1루수의 경우, 수비 가치가 다른 포지션에 비해 높지는 않다. 때문에 메이저리그에선 타격이 강한 선수로 하여금 수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1루수로 수비 전환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빅리그 데뷔 당시에는 1루보다 난이도가 높은 포지션에서 뛰었으나, 나중에 1루수로 정착하곤 한다.
박병호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결정할 경우, 올 겨울 시장에서 경쟁자가 되는 FA 1루수들을 봐도 그렇다. 2016 FA 시장 1루수 최대어는 크리스 데이비스(29, 볼티모어)다. 2013시즌 53홈런으로 아메리칸리그 홈런왕을 차지한 데이비스는 1루와 3루, 그리고 더 나아가 외야수도 소화한 경험이 있다. 2012시즌 우익수로 30경기, 좌익수로 11경기를 뛰었다. 데이비스는 2014시즌 1루 수비 UZR 2.6을 기록, 팀의 의도대로 편하게 1루 수비에 나섰다.
마이크 나폴리(34, 보스턴)도 마찬가지다. 나폴리는 포수로 빅리그 무대에 데뷔했다. 2013시즌 보스턴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으며 1루수 혹은 지명타자로 출장하고 있는데 리그 정상급의 1루 수비 범위(2014시즌 UZR 5.0)을 자랑한다. 에드윈 엔카나시온(32, 토론토)도 1루수 뿐이 아닌, 좌익수 우익수 3루수까지 다 소화한다. FA 1루수 중에 1루수로만 뛰어온 선수는 저스틴 모노(34, 콜로라도) 정도다. 그런데 모노는 2014시즌 UZR 6.3을 찍었다. 리그 전체 1루수 중 앤서니 리조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결국 박병호의 1루 수비력이 메이저리그 진출에 커다란 플러스요소가 되기는 어렵다. 이미 많은 팀들이 수준급 1루수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그렇다. 도돌이표가 되고 말았으나, 박병호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강정호에게 달렸다. 염 감독의 이야기처럼 스카우트들은 이미 박병호의 타격과 파워는 어느 정도 평가를 마쳤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수 년 동안 강정호와 함께 박병호를 바라봤다. 그런데 박병호의 타격이 메이저리그에서 얼마나 통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강정호가 올해 메이저리그서 맹타를 휘두르면, 박병호의 타격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박병호는 1루 수비에 앞서, 타격과 파워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한편 피츠버그에서 뛰고 있는 강정호는 지난 1일까지 13경기에 나서며 타율 2할6푼9리 6타점 1도루 OPS 0.656을 기록 중이다. 아직 홈런은 없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타석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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