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오키나와 가야겠어".
한화 김성근(73) 감독이 실책 4개 관련 질문에 내놓은 대답이었다. 한화는 지난 1일 대전 롯데전에서 7-5로 역전승했지만 4개의 실책으로 경기 초반 주도권을 빼앗겼다. 실책 4개는 김성근 감독 부임 이후 한 경기 최다 기록이었다. 4점차를 뒤집는 저력을 발휘했지만 기록되지 않은 실책까지 포함하면 5차례의 수비 미스가 있었다.
2일 대전 롯데전을 앞두고 취재진을 만난 김성근 감독은 "역전승이 많다는 건 결국 수비가 허술하다는 것 아닌가? 다시 오키나와로 가야겠다"고 웃으며 엄포를 놓았다. 지난해 가을과 올해 봄에 '지옥 훈련'으로 고생했던 오키나와 캠프를 떠올려야 한다는 의미. 김성근 감독 야구에서 허술한 수비는 있을 수 없다.

실제로 김 감독은 1일 경기에서 송구 실책을 범한 정근우를 5회 수비부터 별다른 이유없이 교체했다. 김 감독은 "벤치에서 좀 쉬게 해주기 위해서였다"며 웃으며 답했지만 실책에 대한 문책성 의미가 담겨있었다. 4회 손아섭의 타구를 판단 미스한 좌익수 송주호는 천식 증세까지 겹쳐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그래도 김 감독을 웃게 한 수비수는 있었다. 3루수 김회성이었다. 김 감독은 "김회성이 수비에서도 잘해주고 있다. 어제도 어려운 타구들을 잘 처리해줬다. 8회에도 좋은 수비가 있었다"며 핫코너를 든든히 책임진 김회성에 대해서는 만족감을 나타냈다.
한편 김 감독은 7회말 프로 데뷔 후 처음 타석에 들어선 좌완 박정진과 관련해서는 "페널티를 물어야겠다"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말했다. 김 감독은 "타석에서 치지 말고 떨어져서 서있으라고 했다. 그런데 잊어 먹고 방망이를 치더라. 치고 나서 열심히 뛰더라. 평소에는 러닝을 열심히 안 하더니"라며 웃은 뒤 "타격 후 마운드에 올라가니 어깨를 들썩이며 숨 쉬더라. 그래서 한 타자만 상대하고 바꿨다. 권혁의 부담을 줄여주려 했는데 어쩔 수 없었다"고 상황을 복기했다.
또한 김 감독은 "어제 경기에서는 불펜이 좋았다. 송창식 정대훈 김기현이 나름대로 잘 던져줬다. 정대훈이 점점 안정감을 찾아가는 것 같다"고 불펜투수들의 활약을 칭찬했다. 친정 롯데에 혼쭐난 외국인 투수 쉐인 유먼과 관련해서는 "컨트롤이 없었다. 공이 낮게 가지 않았다"며 구위보다는 제구의 문제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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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