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배영수(34)가 춤추는 포크볼을 앞세워 이적 첫 승을 신고했다. 포수 조인성(40)과 환상의 호흡을 과시하며 최고의 투구로 한화 3연승을 이끌었다. 그동안 부상 때문에 정규시즌에서 한 번도 호흡을 맞추지 못한 배영수-조인성 배터리가 첫 경기에서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다.
배영수는 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롯데와 홈경기에 선발등판, 6⅓이닝 3피안타 1볼넷 7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한화의 5-3 승리를 견인했다. 한화 이적 첫 승을 완벽한 선발승으로 장식하며 반등을 예고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배영수는 5경기에서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12.10에 그쳤다. 선발 2경기, 구원 3경기로 보직도 불분명했다. 시즌 초반 허리 담증세로 로테이션을 건너뛰었고, 팀 사정상 구원으로 자진 등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선발이든 구원이든 배영수의 명성에 걸맞은 투구가 되지 않아 고민이 커졌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1회 김민하에게 중전 안타, 최준석에게 볼넷을 주며 2사 1·2루 위기를 맞았으나 강민호를 초구 유격수 땅볼 아웃시킨 뒤 거칠 게 없었다. 2회부터 6회까지 5이닝 연속 삼자범퇴로 롯데 타자들을 거침없이 덕아웃으로 돌려보냈다.
특히 낮게 떨어지는 포크볼이 그야말로 춤을 췄다. 슬라이더와 함께 결정구로 사용하는 포크볼이 스트라이크존 근처에서 절묘하게 뚝뚝 떨어졌다. 그동안 제대로 던지지 못한 포크볼을 이날 적극적으로 써먹었다. 포수 조인성의 든든한 블로킹 덕분이었다. 이날 86개 공 중에서 직구(32개)에 이어 포크볼(24개)이 두 번째 많았다. 슬라이더(19개) 체인지업(6개) 투심(5개)도 섞었다.
큼직한 덩치에 낮은 무게중심을 유지한 조인성은 배영수의 포크볼을 온몸으로 받아줬다. 5회 김대우 타석에서 원바운드 공에 목 부근을 맞아 통증을 호소하기도 했지만 거리낌 없이 포크볼 사인을 냈다. 포수 앞 땅볼 타구도 잽싸게 처리하며 배영수를 도왔다. 경기 후 배영수는 "인성이형을 믿고 마음 놓고 던졌다. 원바운드도 다 잡아줘서 든든했다. (정)범모도 잘했지만 확실히 인성이형이 베테랑으로 잘해줬다"고 고마워했다.
배영수는 이날 7개의 삼진을 잡았는데 그 중 5개가 포크볼을 결정구 삼은 것이었다. 그는 "서클체인지업을 버리고 포크볼을 던지고 있다. 직구가 살아났기 때문에 포크볼이 더 잘 먹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특유의 공격적인 투구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고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가며 올해 한화 토종 선발투수 중 가장 긴 6⅓이닝을 버텼다.
총 투구수는 86개로 스트라이크 60개, 볼 26개. 23타자 중 18타자에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을 정도로 공격적인 투구였다. 뜬공 아웃이 1개뿐이었는데 땅볼 아웃만 11개일 정도로 제구가 낮게 잘 이뤄졌다. 포수 조인성을 믿고 바운드가 되더라도 낮은 코스 제구에 주력한 게 통했다. 뒤늦게 이적 첫 승을 신고한 배영수, 그의 시즌은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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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