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kt 초대형 빅딜, 승자는? '예측불가'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5.05.03 06: 01

KBO리그 사상 최대 규모의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롯데와 kt가 무려 9명의 선수가 오가는 트레이드를 단행해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위험 부담을 감수한 모험이자 도박에 가까운 승부수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롯데와 kt는 지난 2일 밤 5대4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롯데 장성우 최대성 하준호 윤여운 이창진이 kt로 향하고, kt 박세웅 이성민 안중열 조현우가 롯데로 가는 조건이다. 지난 2001년 12월16일 삼성과 SK가 6대2 트레이드로 8명의 선수들이 오간 것을 넘어선 KBO리그 역대 최대 규모 빅딜. 유망주 위주로 구성된 트레이드라 지금 당장 손익계산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야말로 예측불가다. 
▲ 롯데, 투수력 보강과 백업포수 약화

롯데는 절대 기둥이 아닌 대체 자원으로 마운드를 보강했다는 점에서 일단 만족스런 트레이드다. 특히 현재는 물론이고 미래 자원으로도 쓸 수 있는 2명의 어린 투수를 데려왔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kt의 선발 에이스 박세웅과 중간·마무리로 활약한 이성민은 당장 롯데의 1군 엔트리에 들어올 수 있다. 롯데는 불펜 약화로 마운드에 대한 고민이 크다. 투수 쪽에서 기대할 만한 자원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kt와 트레이드로 새로운 피를 수혈했다. 
특히 kt 2014년 1차 지명 출신 박세웅은 척박한 팀 조건으로 아직 승리를 신고하지 못했지만 강속구와 체인지업 조합에 공격적인 투구 스타일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선발이든 구원이든 필요에 따라 여러 가지로 활용법을 가져갈 수 있다. 2013년 NC 우선지명 출신의 이성민도 빠른 공에 포크볼을 주무기로 구사해 1군에서도 활용 가능한 자원이다. 만 21세의 좌완 조현우는 현재보다 미래를 염두에 둔 선택이다. 
그러나 주전 강민호를 든든히 뒷받침하며 1루수로도 기용 방법을 늘려가던 장성우의 공백이 아쉽다. 베테랑 포수 용덕한이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kt에 특별 지명돼 이적한 상황에서 장성우마저 떠나며 포수 자리에서 강민호 홀로 짊어질 부담이 커졌다. 만에 하나 강민호가 부상으로 빠질 경우 롯데의 안방은 메울 수 없는 공백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kt에서 받은 포수 유망주 안중열을 얼마나 성장시키느냐가 관건이다. 
▲ kt, 선수층 강화와 마운드 구멍
kt는 롯데로부터 5명의 선수들을 영입하며 전체적인 선수층의 깊이를 더했다. 포수 장성우와 투수 최대성은 1군에서 수년간 활약했으며 하준호도 롯데의 주전급 백업이었다. 이창진 역시 가능성 있는 2년차 내야 유망주. 군복무를 마친 포수 윤여운까지 5명의 선수 중 4명이 군필이다. kt가 롯데로 떠나보낸 4명의 선수는 모두 미필이다. 지금 당장을 볼 때 kt는 이 선수들을 당분간 공백 없이 계속해서 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그 중에서도 공수겸장 대형 포수 장성우의 가세가 핵심. 한때 롯데에서 박병호를 줘도 바꾸지 않는다는 트레이드 불가 선수였다. 주전 포수 용덕한의 수비에 비해 방망이가 아쉬웠던 kt로서는 장성우 영입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최대성도 비록 제구 문제가 쉽게 고쳐지지 않지만, 150km대 빠른 공이 언제나 매력적이다. 하준호의 타격 재질과 강한 어깨도 경기 경험이 더해지면 향상될 수 있다. 박세웅이 떠났지만 그보다 더 높은 지명 순위와 기대를 받았던 류희운·홍성무·주권 등이 있다. 수준급 투수 유망주가 많은 올 신인지명으로도 박세웅의 자리를 메울 수 있다. 
그러나 팀 내 최고 가치를 지닌 유망주 박세웅을 트레이드 카드로 쓴 것 자체가 굉장한 충격이다. 결정적으로 지금 당장 선발 로테이션에 큰 구멍이 났다. 장성우와 윤여운까지 2명의 포수를 데려왔지만, 그들에게 공을 던질 선발투수가 마땅치 않다.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돈 박세웅이 빠지며 확실하게 믿고 맡길 만한 선발은 크리스 옥스프링 뿐. 임시 선발로 한 차례 등판했던 엄상백이 지금 당장 박세웅만큼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박세웅은 kt의 미래이자 현재 에이스라는 점에서 그 공백이 바로 나타날 수 있다. 평균자책점이 높긴 하지만 이성민마저 빠진 불펜 공백도 무시할 수 없다. 
▲ 가장 웃게 될 선수는 누구?
트레이드를 결정하는 주체는 구단이다. 트레이드 성패의 책임도 구단에서 진다. 하지만 트레이드를 직접적으로 겪는 선수들에게도 인생이 바뀔 수 있는 결정이다. 2011년 7월31일 트레이드 마감 날 넥센과 LG의 2대2 트레이드 당시 별 볼 일 없는 만년 유망주 박병호가 리그 최고의 선수가 됐듯 트레이드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건 선수다. 롯데-kt 빅딜에서 어떤 선수의 야구 인생이 달라질지도 주목해봐야 할 부분이다. 
고향팀 롯데를 떠나는 장성우에게 kt행은 일생일대 기회라 할 수 있다. 강민호라는 높은 산이 버티고 있는 롯데에서는 아무리 잘해도 주전이 될 수 없었다. 많은 야구인들이 그의 재능이 썩히는 것을 안타까워했고, 숱하게 트레이드 루머가 나돌았다. 이제 장성우는 명실상부한 주전 포수로 홀로서기 할 기회를 잡았다. 그동안 다 보여주지 못한 잠재력을 이제는 풀타임 주전으로 마음껏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기회를 잡았다. 
박세웅에게도 어쩌면 새로운 전환이 될 수 있다. kt에서는 그가 아무리 잘 던져도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았다. 척박한 환경에서 유망주 투수가 성장하는 건 쉽지 않다. 전력을 갖춘 롯데라면 박세웅의 잠재력이 지금 보여준 것보다 더 크게 펼쳐질 수 있다. 신생팀 kt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성장 중이었지만 롯데에서 잘하면 야구 선수로서 그보다 더 좋은 삶도 없다. 트레이드 충격은 있어도 갖춰진 환경에서 주목받을 기회다. 
아울러 롯데에서 끝내 잠재력을 터뜨리지 못한 최대성과 하준호도 트레이드가 새로운 환경에서 야구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다. 2004년 11월2일 LG에서 KIA로 트레이드돼 꽃망울을 터뜨린 이용규처럼 지금 당장은 주목받지 못하지만 창창한 미래가 있는 이창진과 조현우 또는 안중열과 윤여운이 깜짝 주인공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유망주 위주로 이뤄진 최대 규모의 트레이드, 섣불리 평가할 수 없는 예측불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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