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 실축' 제라드와 반 페르시의 극명하게 엇갈린 희비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5.05.03 05: 00

스티븐 제라드(35, 리버풀)와 로빈 반 페르시(32,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나란히 페널티킥을 실축했지만 극명하게 희비가 엇갈렸다.
3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4위 싸움의 중대 일전이 펼쳐졌다. 5위 리버풀은 이날 영국 안필드서 끝난 퀸스 파크 레인저스와 홈경기서 2-1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드라마의 주역은 제라드였다. 10분 새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제라드는 후반 33분 스크르텔이 얻어낸 페널티킥 키커로 나섰다. 하지만 회심의 오른발 슈팅이 그린 골키퍼에게 읽히며 실축했다. 제라드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드라마의 시작이었다.

제라드 주연 드라마는 후반 42분 클라이막스를 향했다. 쿠티뉴가 코너킥서 자로 잰 듯한 크로스를 올렸고, 제라드가 번쩍 솟구쳐 올라 헤딩 결승골로 마무리했다. 마음의 짐을 던 제라드는 두 팔 벌려 환호했고, 안필드는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캡틴' 제라드가 리버풀에 귀중한 승점 3을 선사하는 순간이었다.
제라드는 지난 시즌 막판 건곤일척이었던 첼시전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며 우승 경쟁에 찬물을 끼얹었다. 리버풀은 결국 맨체스터 시티에 승점 2 뒤지며 우승컵을 내줘야 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미국 메이저리그사커 LA 갤럭시로 이적이 확정된 제라드는 지난 3월 22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중대 일전서도 뼈아픈 실수를 범했다. 교체 투입 45초 만에 퇴장 당하며 1-2 패배의 장본인이 됐다.
그런 그가 4위 싸움의 희망을 이어가기 위한 QPR전서 페널티킥을 실축했으니 부담은 배로 커졌을 터. 하지만 리버풀의 영원한 캡틴이자 정신적 지주인 제라드는 뭐가 달라도 달랐다. 어려운 순간 기어코 천금 결승골을 터뜨리며 리버풀에 승리를 안겼다. 불운한 실수를 이어가던 제라드의 종료 2분 전 극적인 골이었으니 이보다 더 드라마틱할 수는 없었다.
반면 반 페르시는 고개를 떨궜다. 그는 최근 발목 부상으로 재활에만 두 달의 시간을 쏟았다. 루이스 반 할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지난달 29일 풀럼 U-21과 리저브 경기서 멀티골을 넣으며 4-1 대승을 이끌었다. 반 페르시는 3일 영국 올드 트래퍼드서 열린 웨스트 브로미치와 홈경기서 선발 출격의 기회를 잡았다. 
양 팀 선수 중 가장 날카로웠고, 활발했다. 반 페르시는 수 차례 위협적인 슈팅으로 상대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하지만 경기 초반부터 마이힐의 벽에 막히더니 끝내 거미손을 넘지 못했다. 전반 중반 두 차례 슈팅으로 상대를 위협한 반 페르시는 0-1로 뒤지던 후반 28분 발렌시아가 얻어낸 페널티킥 키커로 나서며 절호의 동점골 기회를 잡았다.
악몽의 시작이었다. 반 페르시는 골문 구석을 향해 정확한 왼발 슈팅을 날렸지만 마이힐의 선방에 막혔다. 이후 절묘한 왼발 프리킥도, 아크 서클 근처에서 시도한 골과 다름없는 날카로운 슈팅도 마이힐의 손끝을 넘지 못했다. 실로 오랜만에 선발 출전의 기회를 잡아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인 그였지만 결국 머리를 감싸쥐으며 올드 트래퍼드를 빠져나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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