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리그 역사상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kt가 또 하나의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이번에는 판이 컸다. 팀의 차세대 스타로 주목받은 박세웅을 내놨다는 점에서 충격도 주고 있다. kt는 전력 보강을 위해 박세웅을 트레이드 카드로 점찍고 협상을 나섰고 결국 롯데가 파트너가 됐다.
kt와 롯데는 2일 늦은 저녁 4대5 트레이드 소식을 알렸다. 시즌 첫 27경기에서 3승24패라는 최악 부진에 허덕였던 kt가 모험을 걸었다. 박세웅을 비롯해 이성민(25), 조현우(21), 안중열(20)을 롯데로 보내고 최대성(30), 장성우(25), 윤여운(25), 이창진(24), 하준호(26) 5명의 선수를 데려오는 대형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최근 KBO 리그에서 보기 드물 정도의 많은 선수들이 오고 갔다.
kt로서는 박세웅을 내놨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kt의 창단 멤버인 박세웅은 팀의 차세대 토종 에이스로 큰 주목을 받은 선수였다. 아직 어린 나이지만 올 시즌 팀의 4선발로 시즌을 시작했을 정도로 팀 내에서도 기대가 컸다. 창단 이후 꾸준히 팀의 선발로 뛰며 장기적인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도 팀의 에이스 몫을 했고 올 시즌 6경기에 나섰다. 승리 없이 4패(평균자책점 5.79)만을 기록했으나 씩씩한 투구로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kt가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성장할 수 있는 선수를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은 것 자체가 의외라는 평가다. 여기에 포수 안중열 또한 조범현 감독이 관심을 가지고 키운 장기적인 팀의 안방마님이었다. 이성민은 올 시즌 팀의 마무리로 뛰기도 했을 정도로 역시 팀에서는 가치가 있는 선수였다. 조현우는 1군에서 특별한 것을 보여주지 못했으나 역시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kt는 박세웅을 트레이드 카드로 점찍고 뭍밑작업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막판에 카드를 맞추기 위해 큰 결단을 내린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박세웅을 통해 전력 보강을 꾀했다는 것이다. kt는 이미 LG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윤요섭 박용근을 영입했다. 두 선수는 트레이드 이후 꾸준히 기회를 얻고 있지만 애당초 팀 전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기는 어려운 트레이드였다. 이에 kt는 추가 트레이드 가능성을 언급하며 부지런히 시장을 누볐고 결국 박세웅을 내놓는 결단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몇몇 구단이 kt와 트레이드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카드가 마땅치 않았다. kt의 젊은 선수들은 대부분 아직 1군에서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가능성만을 믿고 팀의 즉시 전력감을 내놓을 팀은 없었다. 예상보다 트레이드 논의가 지지부진한 이유였다. 그러나 모든 팀들이 원하는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박세웅과 심재민이었다. kt도 이런 현실을 마냥 무시할 수 없었다. 결국 가치가 가장 높은 박세웅을 시장에 내놓는 강수를 뒀다.
박세웅이 시장에 나왔다는 소식을 접한 몇몇 팀들은 큰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가장 적극적이고 내놓을 카드가 매력적인 팀은 롯데였다. 강민호에 가려 후보로 뛰었으나 10년을 책임질 수 있는 포수라는 점에서 트레이드 가치가 컸던 장성우를 줄 수 있다고 운을 뗐다. 여기에 최대성이 포함됐고 롯데는 장성우의 공백을 메울 가능성이 있는 안중열을 원했다. 그 과정에서 카드를 맞추기 위해 총 9명의 선수가 트레이드 판에 포함됐다. 다른 팀들은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었다.
트레이드의 미래는 쉽게 예단할 수 없다. kt도 박세웅을 비롯한 유망주 4명을 내주는 출혈이 있었지만 팀의 구심점으로 삼을 수 있는 장성우를 영입했다. 최대성은 불펜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자원이다. 여기에 나머지 세 선수 또한 kt 나름대로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자원들이라 판단했다. 보낸 4명의 선수는 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도 있다. 어쨌든 “박세웅과 심재민의 트레이드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됐던 kt가 프랜차이즈 스타로 클 수 있는 박세웅을 내놓은 선택은 두고두고 회자될 만한 일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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