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봉착’ LG, 집단 붕괴 조짐 보인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5.05.03 06: 22

“한 시즌하면 어느 팀이나 어려운 시기가 오는데 지금 온 것 같다.”
LG 트윈스가 올 시즌 최다 4연패에 빠졌다. 지난 2일 잠실 넥센전에서 3-4로  고개를 숙이며, 시즌 전적 13승 15패, 순위는 8위까지 떨어졌다. 지난 주 4승 2패로 상승세를 타는가 했는데, 삼성·넥센을 만나 추락하고 말았다. LG가 고전하고 있는 원인들을 하나씩 꼽아봤다.
▲ 바닥을 찍으려 하는 방망이

가장 큰 패인은 타선이다. 타선이 터지지 않고 있다. 연패가 시작된 지난 4월 29일 대구 삼성전에서 2점을 뽑는데 그쳤고, 지난 1일 잠실 넥센전에선 경기 내내 2안타 1득점 밖에 못했다. 2일 넥센전서도 LG는 8회까지 3안타 1득점으로 끌려갔다. 팀 타율 2할5푼4리로 8위, 팀 출루율 3할3푼4리로 8위, 득점권 타율은 2할1푼9리로 9위다. 크게 바라던 것은 아니었으나 팀 장타율 0.373, 팀 홈런 21개로 올 시즌도 장타력 부재에 시달린다. 경기당 평균 4.36점을 뽑는데, 팀 평균자책점은 4.40. 5할 승률 아래로 내려갈 수밖에 없다.
사실 LG는 타선의 힘으로 경기를 가져가는 팀은 아니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으나, 경기당 평균 득점은 2013시즌 4.81로 리그 4위, 2014시즌 5.22로 리그 7위에 그쳤다. 반면 마운드는 2013시즌 평균자책점 3.72로 1위, 2014시즌 평균자책점 4.58로 3위를 기록할 만큼 강했다. 20홈런 타자가 없고,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할 만한 빠른 선수들이 즐비한 것도 아니다. 그래도 이병규(9번) 박용택 정성훈 이진영 베테랑 4인방과 이병규(7번)의 정교한 타격으로 어느 정도 점수를 뽑았다.
그런데 올 시즌에는 정성훈 홀로 분전할 뿐, 다른 타자들은 집단부진에 빠져있다. 공격을 이끌어나가야 할 상위타선이 변변치 않다. 3할 타자는 정성훈 한 명 뿐이고, 박용택(타율 0.267), 이진영(0.250), 이병규(7번·0.244), 이병규(9번·0.200) 모두 너무 조용하다. 김용의(0.314)와 최경철(0.299), 그리고 정의윤(0.292)이 그나마 분전하고 있으나 이들로 꽉 막혀있는 혈을 뚫기에는 부족하다.
양상문 감독은 지난 2일 잠실 넥선젠을 앞두고 타선침묵에 대해 “지금 전체적으로 타자들이 너무 급하다. 팀 전체가 안 풀리니까 서로 급하게 타석에 들어서고 있다. 어떻게든 자신이 해결하려고 하다가 꼬이는 상황이다”며 기량보다는 정신적인 부분에 원인이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양 감독은 정성훈을 5번 타순에 배치, 클린업 강화를 노려봤으나 곧바로 해답이 되지는 않았다. 오지환의 부진으로 인한 1번 타자 변경에 대해선 “계속 1번 타자로 나갈 것이다. 시즌 초반에는 공도 많이 봤는데 지환이도 안 맞으니까 너무 급해졌다. 최근 초구나 2구에 배트가 나가는 모습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래도 계속 기용할 것이다”고 말했다.
▲ 주인 없는 3루, 한나한은 언제 오나
더 큰 문제는 타선이 침묵하면서 그나마 잘 돌아가고 있던 다른 부분들도 함께 휘청거린다는 것이다.
야수진 실책 21개로 어느덧 리그 1위에 올랐다. 마땅한 3루수가 없어 엔트리 변경을 단행했지만, 뾰족한 해답은 아니었다. 지난 2일 3루수로 선발출장한 김영관이 1회부터 에러를 반복하며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고, 경기 중반 교체되고 말았다. 이대로라면, 한나한이 오기 전까지 3루는 무주공산이 될 확률이 높다.
그런데 한나한은 기약이 없다. 지난 1일 대학팀과 연습경기를 통해 올해 첫 실전을 소화했는데, 아직 1군 복귀시점이 잡히지 않았다. 100% 컨디션에서 1군에 올린다는 방침이지만, 어느덧 재활기간만 4개월째다. LG 구단은 한나한이 5월내로 1군에 올라오지 못하거나, 1군에서 경쟁력을 증명하지 못하면,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외야진도 딱히 강점이 되지 못하고 있다. 외야진의 나이만큼이나 수비 범위가 좁다. 삼성 박해민, 롯데 아두치, 한화 이용규 등에게 연일 안타성 타구를 잡히고 있는데, LG에선 저런 모습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지난겨울 김용의와 문선재를 외야로 돌렸으나, 아직 큰 효과는 없다.
▲ 마운드 위기의 숫자들
최대 강점인 마운드도 흔들린다. 소사 외에는 이닝이터가 없어 불펜진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 루카스와 임지섭의 불안한 제구로 볼넷도 너무 많다.
팀 평균자책점은 리그 3위인데 팀 볼넷 98개로 5위, 투구수도 4156개로 5위다. 지난 2년만큼 효율적으로 마운드가 돌아가지 않는다. 불펜진이 99이닝이나 소화하며 리그 최다 3위에 있다. 김선규와 정찬헌이 각각 16경기 20⅓이닝, 15경기 20이닝을 던졌는데, 지금 페이스면 적신호가 켜질 게 분명하다.
물론 류제국과 우규민이 돌아오면 어느 정도 나아질 수 있다. 둘 다 경기당 5, 6이닝 이상을 소화할 수 있는 투수들이기 때문에 불펜진에 부담을 덜어준다. 그래도 루카스가 계속 헤매고, 봉중근이 완전히 돌아오지 못한다면, 지난 2년보다 못한 마운드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LG 마운드는 매 경기 최소실점해야 팀이 이긴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마운드가 가라앉기 전에 타선이 정상궤도에 올라가야만 한다.
▲ 일찍 찾아온 위기, 반등 가능할까
양상문 감독은 지난 2일 4연패를 당한 후 “한 시즌하면 어느 팀이나 어려운 시기가 오는데 지금 온 것 같다”며 “올 시즌 4연패는 처음인데 우리 선수들이 잘 이겨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아무리 잘 하는 팀도 연패에 빠지고 위기와 마주하기 마련이다.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이룬 삼성도 이따금씩 3, 4연패를 당했다.
어쩌면 지금 위기가 찾아온 게 그나마 다행일지도 모른다. 포스트시즌 진출 티켓을 놓고 다투는 8, 9월에 추락해버리면, 시즌 전체를 실패하게 된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올스타브레이크 전후까지 많은 팀들이 5할 전후를 맴돌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하나씩 퍼즐을 맞춰간다면, 치고 올라갈 시간적 여유는 충분하다.
결국 선수들이 일어서지 않으면 답이 없다. 특히 타선침묵에서 벗어나려면 베테랑들이 해줘야만 한다. 아무리 타순에 변화를 줘도, 결국 중심 타선에는 베테랑 4인방과 이병규(7번)가 자리한다. 이들이 이름에 걸 맞는 활약을 펼쳐야 LG의 반등도 이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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