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도 2명 모두 30구로 강판됐다. 한화와 롯데의 선발투수들이 나란히 30개의 공만 던지고 마운드를 일찍 내려갔다. 심각한 제구 난조를 보여 마운드에서 버틸 힘이 없었다.
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롯데의 시즌 6차전. 한화는 좌완 유창식, 롯데는 사이드암 이재곤이 각각 선발등판했다. 유창식은 선발과 구원을 오가고 있지만 이날 경기 전까지 평균자책점 7.85로 부진했다. 이재곤은 시즌 첫 1군 등판으로 지난 2013년 9월13일 대구 삼성전 이후 597일만의 1군 등판이었다.
우려대로 두 투수 모두 부진했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마운드를 내려갈 줄 몰랐다. 유창식은 아웃카운트 하나만 잡고 5실점했고, 이재곤은 실점을 주지도 않았는데 4개의 사사구로 조기 강판됐다. 원하는 곳으로 공을 던질 수 없는 상황, 더 이상 마운드를 지키는 게 무의미했다. 두 명 모두 투구수 30개로 끝났다.

유창식은 볼넷 3개에 피안타 1개 5실점(4자책). 유일한 피안타가 하필 만루홈런이었다. 1회 롯데 1번 짐 아두치를 3구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그러나 2번 김민하와 10구 승부 끝에 볼넷을 내주며 뭔가 꼬이기 시작했다. 이어 황재균을 유격수 땅볼로 유도했으나 유격수 강경학의 토스를 2루수 정근우가 놓치는 실책을 범했다. 최준석에게 볼넷을 주며 맞이한 1사 만루 위기에서 결국 강민호에게 비거리 120m 좌중월 만루홈런을 허용했다.
볼카운트 2-2에서 5구 130km 슬라이더가 가운데 높은 실투가 됐다. 지난달 29일 광주 KIA전에 구원으로 나와 이홍구에게 대타 만루홈런을 맞은 데 이어 2경기 연속 만루홈런에 울었다. 30개의 공을 던졌는데 스트라이크와 볼 모두 15개로 비율이 같았다. 최고 144km 직구를 던졌으나 수비 실책과 제구 난조가 겹치며 1회를 버티지 못했다.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는 동안 5실점(3자책)으로 평균자책점은 9.16까지 치솟았다.
유창식에 이어 이재곤도 1이닝 만에 강판됐다. 1회초 롯데 타선이 5점을 뽑아냈지만 이재곤에게 득점 지원은 큰 의미가 없었다. 볼넷 3개와 몸에 맞는 볼 1개로 사사구 4개를 내주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5-0으로 리드한 2회말 무사 1루 상황이었지만 가차없었다.
이재곤은 1회 1번 이용규를 우익수 뜬공 처리하며 스타트를 끊었지만 정근우에게 볼넷을 주며 첫 출루를 허용했다. 이어 김경언을 커브로 루킹 삼진 돌려세웠으나 김태균에게 볼넷, 이성열에게 초구에 몸에 맞는 볼을 주고 만루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김회성을 2루 땅볼로 잡고 실점없이 첫 이닝을 무사히 넘겼다. 그러나 2회 첫 타자 김태완에게 볼넷을 허용하자 이종운 감독은 과감하게 투수 교체를 결정했다.
투구수 30개에 불과한 시점. 스트라이크 14개, 볼 16개로 볼이 더 많을 만큼 제구가 되지 않았다. 5점차 여유있는 리드 상황이었지만, 롯데 벤치에선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롯데는 이재곤에 이어 나온 홍성민이 볼넷과 안타로 1사 만루 위기에 처했지만 정근우를 유격수 병살로 잡고 실점없이 막아냈다. 이재곤은 1이닝 사사구 4개에도 무실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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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