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리그 역사에서 전례를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대형 트레이드가 터졌다. kt와 롯데가 단행한 4대5 트레이드의 여파가 쉽게 식지 않는다. 오고 간 선수들의 이름이 꽤 굵직한 까닭이다. 성패의 관건은 어느 팀 선수가 먼저 잠재력을 터뜨리느냐다. 1년 사이에 확인할 수 없는 문제라는 이야기도 그래서 나온다.
kt와 롯데는 2일 늦은 저녁 4대5 트레이드 소식을 알리며 리그를 발칵 뒤집어 놨다. 시즌 초반 최악 부진에 허덕였던 kt가 모험을 걸었다.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감으로 각광을 받았던 박세웅을 비롯해 이성민 조현우 안중열을 롯데로 보냈다. 대신 전도유망한 포수 자원인 장성우를 필두로 최대성 윤여운 이창진 하준호까지 5명의 선수를 받았다. 타 구단 관계자들도 깜짝 놀랐을 정도의 대형 트레이드였다.
표면적인 맥락을 정리하면 당장의 성적이 급한 kt가 롯데를 파트너로 삼아 즉시 전력감을 수혈했다는 쪽으로 정리가 가능하다. 실제 5명의 선수 중 4명은 3일 1군 엔트리에 등록됐고 장성우 하준호 이창진은 곧바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다급한 kt의 사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롯데는 젊은 선수들을 대거 받아 향후 리빌딩의 초석을 마련했다. 특히 마운드 쪽의 박세웅 이성민은 올해도 활용이 가능하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일단 여론은 롯데가 이득을 봤다는 쪽으로 흘러간다. 장성우가 좋은 포수이기는 하지만 롯데는 강민호라는 부동의 주전 포수가 있다. 최대성은 빠른 공을 던진다는 엄청난 매력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정상급 불펜 요원으로 발돋움하는 데는 실패했다. 하준호 이창진 윤여운도 주전급 선수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장차 10승이 가능한 투수로 평가받는 박세웅을 확보했고 나머지 세 선수도 잠재력이 있는 어린 선수라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마냥 롯데가 이득을 봤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한 관계자는 “kt가 받은 선수들 중에서도 미래가 기대되는 선수가 있다. 여기에 확실한 주전 포수를 확보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보낸 선수들은 아직 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도 있다. 키우려면 시간이 걸리는 선수들”이라면서 “지금은 성패를 예단할 수 없다. 2~3년 정도는 시간이 지나봐야 진정한 손익 계산이 나올 것”이라고 평가를 유보했다.
가장 핵심적인 선수로 평가되는 박세웅과 장성우를 비교해도 그렇다. 박세웅은 20대 초반의 투수 중에서는 리그 최고의 유망주로 평가된다. 장성우는 20대 중반의 포수 중에서는 가장 가치가 높은 선수다. 하지만 아직까지 1군 무대에서 어떤 확실한 모습을 보여줬다고는 할 수 없다. 박세웅은 이제 막 1군에 데뷔한 선수고 장성우도 2009년 데뷔 이래 한 시즌 64경기 이상을 뛰어본 적이 없다. 경찰청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어디까지나 2군 성적이다.
이를 테면 박세웅과 장성우가 모두 기대만큼의 성장을 이뤄내지 못할 수도 있다. 혹은 어느 한 쪽이 도드라지는 잠재력 폭발을 보여줄 수도 있다. 이는 트레이드를 통해 오고 간 나머지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성과를 확인하려면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는 뜻이다. 희소성도 파악해야 한다. 한 구단 관계자는 “박세웅 정도의 투수가 자주 나오느냐, 장성우 정도의 포수가 자주 나오느냐도 생각은 해볼 수 있다. 포수 기근 시대임을 고려하면 지금 당장의 가치만 따질 수는 없는 일”이라며 다양한 관점을 제시했다.
트레이드 이후 이 선수들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도 중요한 명제다. 2011년 트레이드 마감 시한을 앞두고 LG와 넥센이 벌인 트레이드는 기억할 만하다. 성사 당시까지만 해도 불펜이 급했던 LG가 송신영을 확보함으로써 이득을 봤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박병호라는 4번 타자를 건진 넥센의 완승이었다. 박병호는 상대적으로 부담감이 덜한 넥센에서 꾸준한 기회를 얻은 결과 좀처럼 안 터지던 자신의 잠재력을 폭발시킬 수 있었다. 트레이드는 길게 봐야 한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사례다.
다만 kt는 프랜차이즈 스타로 내세웠던 박세웅을 포기했다는 점에서 전력 이외의 손실을 봤다. 박세웅을 팀의 간판으로 키우려고 무던히 노력했던 지금껏 구단의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분명 아쉬운 대목이다. 그러나 kt는 그만큼 사정이 급했다. 이번 트레이드도 현장에서 의사를 강하게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유니폼을 입은 5명의 선수들에 대한 기대치는 그만큼 더 커질 수밖에 없다. kt가 던진 주사위에 어떤 숫자가 적혀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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