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올인" 김기현, 한화 불펜의 소금같은 존재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5.05.04 13: 00

"49번이 괜찮아". 
지난해 가을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서 한화 김성근 감독은 무명의 좌완 투수에게 시선이 꽂혔다. NC에서 방출돼 2013년말 한화에 테스트로 들어온 육성선수 출신 김기현(26)이 그 주인공이었다. 당시 김성근 감독은 "좌완 투수 중 가장 좋다. 폼이 안정되면서 공이 좋아지고 있다"고 흥미로움을 나타냈다. 
2014년 김기현은 주로 팀이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오는 추격조 투수였다. 24경기 1패1홀드 평균자책점 5.79로 성적 자체는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1군에서의 두 번째 시즌이 된 올해는 위치와 성적이 달라졌다. 이제는 접전 상황은 물론 이기는 경기에도 투입된다. 한화 불펜의 소금 같은 존재가 됐다. 

자연스레 성적도 향상됐다. 올해 10경기에서 8이닝을 던진 그는 2점밖에 주지 않아 평균자책점 2.25를 기록 중이다. 승패·세이브·홀드는 없지만 경기 중후반 좌타자들이 나올 때 '원포인트'로 요긴하게 활용되고 있다. 승계주자 17명 중에서 홈으로 보낸 것은 1명으로 승계주자 실점률이 5.9%에 불과하다. 주자가 있는 타이트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공을 던질 줄 안다. 
지난 1~3일 롯데와 대전 홈 3연전에서 김기현의 진가가 유감없이 나타났다. 첫 날은 6회 1사 1·2루에서 손아섭을 상대로 슬라이더를 스트라이크존에 대담하게 집어넣어 루킹 삼진 처리했고, 이튿날에는 7회 1사 1·2루에서 대타 황재균을 좌익수 뜬공 아웃시켰다. 마지막 날은 5회 2사 2·3루 위기에서 나와 짐 아두치를 풀카운트 승부 끝에 바깥쪽 흘러가는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돌려세웠다. 
김성근 감독도 "경기 속에서 점점 안정돼 간다"며 만족스러워한다. 김기현은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셨다. 믿고 내보내주시는 만큼 자신감을 갖고 있다. 나도 야구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욕심이 난다"고 했다. 짧은 이닝이지만 점점 더 중요한 상황에서 중용되면서 동기부여가 높아지고 있다. 
기술적으로도 발전이 있다. 김기현은 "자신감이 붙어서인지 몰라도 직구에 힘이 붙은 것 같다. 변화구도 캠프 때 연습했던 것이 나오는 것 같다. 변화구는 슬라이더와 함께 너클 커브를 던지고 있는데 잘 먹힌다"고 말했다. 직구 구속은 140km 안팎이지만 볼끝이 살아있고, 슬라이더와 커브도 효과적으로 구사한다. 
하지만 몸을 지배하는 건 결국 정신이다. 김기현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다른 것 없이 야구만 생각하고 있다. 무조건 야구만 해야 한다. 캠프 때 열심히 훈련하며 만든 것들을 잃어버릴까봐 불안하다. 이럴 때일수록 평소 생활부터 나 스스로 관리를 해야 할 것 같다"는 게 김기현의 말이다. 그야말로 야구에 올인이다. 두 번의 프로 미지명과 NC에서의 방출 그리고 테스트로 한화에 오기까지, 적잖은 시련을 겪었던 그는 지금 이 행복을 놓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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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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