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교체 시장, 눈치 싸움 시작됐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5.05 10: 00

외국인 선수에 고민하고 있는 팀들이 본격적으로 칼을 빼들 시기가 됐다. 지난겨울 외국인 선수 선발 시장에서 한바탕 경쟁을 벌였던 10개 구단은 이제 더 틈새가 작은 ‘교체 시장’에서도 눈치 싸움을 시작한다.
두산은 4일 보도자료를 내고 “외국인 타자 잭 루츠를 웨이버 공시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올 시즌 두산의 핫코너를 채워줄 선수로 기대를 모았던 루츠는 8경기에서 타율 1할1푼1리, 1홈런, 3타점만을 기록한 채 쓸쓸히 한국무대를 떠난다. 기량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잦은 부상과 몸 상태, 그리고 한국무대 적응 등 여러 가지 부분에서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시즌 퇴출 1호 외국인 선수라는 불명예도 썼다.
이에 두산은 스카우트를 파견해 새 외국인 물색에 들어갈 전망이다. 이에 야구계에서는 두산이 빠른 결정을 내린 이유를 세 가지로 분석하고 있다. 우선 루츠의 몸 상태에 대해 미련을 빨리 버렸다는 점, 루츠 없이도 야수진을 어느 정도 꾸려갈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최대한 빨리 외국인 교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점을 뽑는다. 어차피 안고 가기 어려운 선수라면 교체 시장에라도 먼저 뛰어 들어 좋은 외국인을 물색하는 것이 낫다.

현재 외국인 교체를 위해 공식적으로 스카우트를 해외에 파견한 팀은 kt와 두산이다. kt도 필 어윈, 앤디 시스코라는 부진한 외국인 투수의 교체를 염두에 두고 최근 스카우트가 현지에 급파됐다. 투수 한 명, 그리고 앤디 마르테와 함께 팀 타선을 이끌 수 있는 타자 한 명을 구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교체를 염두에 두고 있는 팀들은 곧바로 출국할 수 있도록 대기한다. 다른 팀들도 6월 정도에는 꼭 교체가 아니더라도 다음 시즌 외국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위해 실무자가 파견된다. 정보를 둔 눈치 싸움의 본격적인 시작이다.
사실 KBO 구단들이 가지고 있는 외국인 선수의 정보는 대등소이하다. 어차피 한국에 올 수 있는 레벨의 선수는 한정되어 있다. 이른바 ‘AAAA’급 선수들이다. 트리플A급 선수들은 한국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어 있고 그렇다고 MLB급 선수는 몸값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MLB 소속팀과의 계약 때문에 실제 올 수 있는 선수들은 몇 되지 않는다. 교체 시장의 경우 ‘매물’들이 더 없는 이유다. 구단 리스트에 있는 선수라도 MLB 도전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한국행을 거부하는 선수들이 적지 않다.
이에 한국에 올 의향을 가지고 있고 몸값이 적당한 특정 선수에 대한 관심이 집중될 수 있다. 여기에 이런 선수들을 보유한 에이전트들은 특정 구단과만 협상하는 것이 아니다. 여러 팀에 선수들의 프로필을 보낸다. 몸값을 올리기 위해서다. 한 팀과 사실상 구두계약까지 맺어두고 더 많은 연봉을 부른 다른 팀과 계약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때문에 교체 시장은 “최대한 먼저 찍고 먼저 계약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시일이 지체될수록 한국의 소속팀은 고전하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어차피 지금 구단들이 가지고 있는 대체 선수 후보자는 비슷하다. 팀이 필요한 포지션의 차이일 뿐이다”라면서 “마냥 좋은 선수가 나오기를 기다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 실무자들의 고민이 커진다. 선수도 적고 시간도 촉박하니 겨울 시장에서 뽑는 외국인보다 더 나은 선수를 찾기 쉽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구단의 그 능력 차이에서 많은 것이 갈린다. 실제 SK는 지난해 교체 시장에서 트래비스 밴와트라는 흙속의 진주를 찾아 대박을 쳤다. 새 외국인을 향한 구단들의 시선이 분주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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