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팀 사령탑들은 “좋은 투수는 항상 부족하다”라고 입을 모은다. 이런 경향은 타고투저의 시대와 맞물려 고민이 더 커지고 있다. 매년 “인내심을 가지고 토종 선발을 키우겠다”는 사령탑들의 일성이 쩌렁쩌렁 울리지만, 역시나 이는 올해도 쉽지 않은 모습이다.
현재 KBO 리그 대다수의 팀들은 외국인 투수 두 명, 그리고 확실한 토종 에이스 한 명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 외국인의 활약 여부에 따라 다르지만 신생팀 kt를 제외한 대부분은 3명의 선발까지는 확보가 된 상황이다. 여기에 든든한 토종 선발이 하나 더 있다면 레이스를 상대적으로 우세하기 끌어갈 수 있다. 선두 싸움을 벌이고 있는 삼성과 두산이 그런 케이스다.
그러나 대부분의 팀들은 나머지 두 자리를 놓고 고민이 크다. 부상, 슬럼프 등 언제든지 변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선발 자원들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이어진다. 서서히 기량이 떨어지는 베테랑 선발 자원들을 대체할 만한 젊은 선발 육성에 사력을 다하는 이유다. 팀의 미래와도 직결되어 있다. 하지만 올해도 그런 과정이 평탄치 않다. 시즌 전 기대를 모았던 대부분의 젊은 선발투수들이 혹독한 신고식과 함께 초반을 보내고 있다.

3위에 올라 있지만 염경엽 넥센 감독의 마음이 편치 않은 이유는 기대를 걸었던 3·4선발 투수들이 확실히 알을 깨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 선발로 전환해 넥센 마운드의 ‘10년 대계’로 평가됐던 한현희는 3승2패 평균자책점 5.75다. 계속 공을 들이고 있는 문성현은 2패 평균자책점 7.27로 부진하다. 오히려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베테랑 송신영이 훨씬 좋은 모습을 보이며 팀 상승세를 이끄는 중이다.
윤석민을 마무리로 돌리는 고육지책을 쓴 KIA 역시 4·5선발이 문제이기는 마찬가지다. 임기준은 2경기에서 1패 평균자책점 14.00을 기록한 뒤 선발 로테이션에서 빠졌고 문경찬 홍건희 등 젊은 투수들도 아직 확실히 자리를 잡지는 못했다. 최근 1군에 가세한 베테랑 서재응이 더 나은 성적을 냈다. 서재응의 활약은 반갑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마냥 환영하기는 어려운 여건이다.
NC도 토종 에이스로 기대를 걸었던 이재학의 시즌 출발이 늦은 가운데 5선발로 낙점했던 이태양이 다소간 들쭉날쭉한 피칭을 보여주고 있다. 몇 년째 유망주 신분에 머물고 있는 노성호도 마찬가지다. 넥센, KIA와 마찬가지로 베테랑인 손민한의 분투만 더 빛나는 모양새다. SK는 5선발로 낙점했던 백인식이 결국 로테이션을 지키지 못하고 불펜으로 내려가 김용희 감독의 애를 태웠다. 역시 베테랑 채병룡이 그 자리를 메울 전망이다.
한화는 김성근 감독이 가장 신경을 썼던 투수 중 하나인 유창식이 부진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2군으로 내려갔다. 안영명이 선발 전환 후 맹활약하고 있다는 점은 위안이지만 유창식의 걸린 기대치는 올해도 발현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우규민 류제국의 복귀가 아직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LG도 임정우 임지섭이 확실한 매듭까지는 짓지 못한 상황으로 시즌이 흘러가고 있다. 임지섭도 4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팀은 롯데다. 이상화가 초반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가능성을 밝히고 있고 최근 트레이드를 통해 ‘유망주 투수 랭킹 1위’인 박세웅을 영입해 미래도 내다봤다. 두산은 이현승의 부상으로 임시 5선발이 된 진야곱이 그럭저럭 괜찮은 모습을 보여줬다. 5선발이 꽉 차 있는 삼성은 당장 큰 걱정이 없는 상황. 반면 리그 최하위에 처져 갈 길이 바쁜 kt는 젊은 투수 육성을 일단 뒤로 미뤄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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